일본제국주의의 수탈정책을 확인할 수 있는 일제강점기 기록영상이 공개됐다. 한국영상자료원은 러시아와 독일에서 발굴·입수한 미공개 기록영상 7편을 2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언론시사회를 통해 선보였다.
러시아 아카이브에서 발굴해 들여온 영상물 2편 가운데 일제가 선전용으로 촬영한 22분44초 분량의 ‘북선의 양은 말한다’(1934)는 호주산 양을 북한 웅기(지금의 선봉)항을 통해 수입해 경원의 동척 목장으로 수송하는 과정 등을 담고 있다. 양떼를 이동시키고 털을 깎고 실을 뽑는 모습을 양의 시점으로 보여주면서 일본에 충성하듯 해설을 했다.
이 영상은 한국의 값싼 노동력을 이용해 한반도를 일제의 공업원료 공급지로 활용하기 위해 남한에서는 면화를 재배하고 북한에서는 양을 사육하는 이른바 ‘남면북양(南綿北羊)정책’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사료적 가치가 높다고 영상자료원은 설명했다. 또 7분21초 분량의 ‘황해도 축산공진회’(1924)는 황해도 사리원에서 열린 축산물 품평 행사 장면을 담은 영상이다. 이를 통해 일제가 산업정책에서 축산물을 얼마나 중요시했는지 알 수 있다.
독일에서 입수한 영상은 성 베네딕트수도회 노르베르트의 베버 신부가 1920년대 서울, 원산, 금강산, 만주 등을 여행하면서 촬영한 87분57초 분량의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서’(1927)와 각각 20분 내외 분량의 단편 4편이다. 배오개시장(지금의 동대문시장), 원산 해성보통학교 운동회, 결혼식 및 장례식 등이 담겨 있는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서’는 2009년 DVD로 국내에 소개된 바 있다. 이번에 입수한 영상물은 미공개 영상 60분을 포함해 영상 전편을 고화질로 복원한 것이다. 단편 4편은 ‘한국의 결혼식’ ‘조상숭배’ ‘한국의 아이들’ ‘한국의 선교현장에서’로 일제강점기 우리 민족의 문화와 생활풍습을 기록하고 있다.
영상자료원은 3·1절을 맞아 다음 달 1일 서울 마포구 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에서 기록영상물 7편을 일반인에게 무료 상영할 예정이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일제시대 호주산 양 북한에 수입돼 사육”
입력 2016-02-25 1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