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힘 실리는 ‘진박 재배치론’… 살생부까지

입력 2016-02-25 22:03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운데)가 25일 국회 당 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도중 원유철 원내대표와 귓속말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 대표를 외면한 채 물을 마시는 서청원 최고위원. 이병주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현역 컷오프(공천배제)가 단행되면서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어수선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과 친박(친박근혜) 의원들이 ‘물갈이’ 필요성을 역설하며 더민주 수준의 현역 교체를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당내에서는 출처를 알 수 없는 ‘살생부’ 명단까지 나도는 실정이다.

이 위원장은 더민주의 컷오프 방식에 대해 “좀 무식하게 대놓고 싹둑 잘라버리는 것”이라고 평하면서 “우리는 하나하나 솎아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면접과 여론조사, 자료 심의 등을 통해 부적격자를 한명씩 걸러내는 방식이라는 뜻이다. 앞서 이 위원장은 우선추천지역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문제는 우선추천지역의 대상이다. 당헌·당규상 대상자는 여성·장애인 등 정치적 소수자에 국한된다. 이 위원장은 ‘등’이라는 용어를 강조하며 청년이나 정치신인도 포함할 수 있다는 뜻을 에둘러 표한바 있다. 다만 이 경우 김무성 대표를 중심으로 한 비박(비박근혜)계의 강력 반발이 예상된다.

때문에 당내에서는 대구·경북(TK), 부산·경남(PK) 등 텃밭지역의 고령(高齡)·다선(多選) 의원을 1차 타깃으로 ‘자리’를 만들고, 정치신인을 심는 방안이 추진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른바 ‘진박 후보 재배치론’이다. 친박 중진을 우선 용퇴시켜 명분을 쌓은 뒤 우선추천지역을 통해 비박계를 제거하는 전략을 세울 것이란 얘기다. 당내에선 중진 의원 용퇴 시나리오가 담긴 괴문서도 나돌고 있다.

원유철 원내대표도 25일 라디오에 나와 “우선추천제도는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만든 조항으로 이를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며 “경쟁력 있는 분들이 후보로 추천되도록 공관위와 최고위가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집권 여당인 우리가 더 절박하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속으로는 ‘내 빵을 건드리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하고, 국민은 이를 자기 몫만 챙기는 것으로 보고 분노하고 있다”고 했다. 김 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은 지난주 격돌 이후 침묵을 이어갔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관련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