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현역 컷오프(공천배제)가 단행되면서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어수선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과 친박(친박근혜) 의원들이 ‘물갈이’ 필요성을 역설하며 더민주 수준의 현역 교체를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당내에서는 출처를 알 수 없는 ‘살생부’ 명단까지 나도는 실정이다.
이 위원장은 더민주의 컷오프 방식에 대해 “좀 무식하게 대놓고 싹둑 잘라버리는 것”이라고 평하면서 “우리는 하나하나 솎아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면접과 여론조사, 자료 심의 등을 통해 부적격자를 한명씩 걸러내는 방식이라는 뜻이다. 앞서 이 위원장은 우선추천지역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문제는 우선추천지역의 대상이다. 당헌·당규상 대상자는 여성·장애인 등 정치적 소수자에 국한된다. 이 위원장은 ‘등’이라는 용어를 강조하며 청년이나 정치신인도 포함할 수 있다는 뜻을 에둘러 표한바 있다. 다만 이 경우 김무성 대표를 중심으로 한 비박(비박근혜)계의 강력 반발이 예상된다.
때문에 당내에서는 대구·경북(TK), 부산·경남(PK) 등 텃밭지역의 고령(高齡)·다선(多選) 의원을 1차 타깃으로 ‘자리’를 만들고, 정치신인을 심는 방안이 추진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른바 ‘진박 후보 재배치론’이다. 친박 중진을 우선 용퇴시켜 명분을 쌓은 뒤 우선추천지역을 통해 비박계를 제거하는 전략을 세울 것이란 얘기다. 당내에선 중진 의원 용퇴 시나리오가 담긴 괴문서도 나돌고 있다.
원유철 원내대표도 25일 라디오에 나와 “우선추천제도는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만든 조항으로 이를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며 “경쟁력 있는 분들이 후보로 추천되도록 공관위와 최고위가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집권 여당인 우리가 더 절박하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속으로는 ‘내 빵을 건드리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하고, 국민은 이를 자기 몫만 챙기는 것으로 보고 분노하고 있다”고 했다. 김 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은 지난주 격돌 이후 침묵을 이어갔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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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힘 실리는 ‘진박 재배치론’… 살생부까지
입력 2016-02-25 2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