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목회자와 성도들이 연루된 사건사고 소식을 듣는 것이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심지어 목회자 부부가 여중생 딸을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하고 시체를 11개월간 집안에 방치한 엽기적인 사건까지 일어났으니 교회를 바라보는 세상의 부정적인 시선은 더 깊어만 가고 있다.
사회가 부패하고 타락할수록 종교의 사회적 기능과 역할이 중요해지고 종교에 거는 기대심리는 높아진다. 하지만 종교가 정화와 개혁의 주체가 아니라 대상으로 전락해 버린다면 더 이상 희망을 찾기 어려워진다. 한국교회의 위기는 성도수의 감소나 교회 재정의 어려움과 같은 세상적 기준에서의 추락이 문제가 아니다.
한국교회는 물질지상주의와 세속주의 물결 앞에서 변질되어 가고 있다. 사회적 권위의 실추뿐 아니라 교회 내부적인 갈등과 분열이 한계 상황까지 왔음을 우리 스스로도 인식하고 있다. 지금 한국교회는 지난 개신교 부흥의 100년 역사에 종지부를 찍을 것인지, 아니면 작금의 상황을 회개와 개혁의 기회로 삼아 새로운 영적 부흥의 시대를 맞이할 것인지의 기로에 놓여 있다.
이제 교회 스스로가 우리 자신을 정화하고 교회의 본질과 거룩함을 회복하기 위해 몸부림을 시작해야 한다. 그 걸음의 시작이 첫사랑의 회복이다. 가난한 심령으로 주님 앞에 처음 섰을 때의 겸손한 마음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 처음 자리로 돌아가야 현재 나의 영적 상태를 정직하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야곱은 삼촌 라반의 집에서 머물며 큰 부자가 된 후 아버지의 집이 있는 밧단 아람으로 돌아오는 길에 세겜성에 머물러 정착한다. 이곳은 당시 가나안 교통의 요지였고 문화가 발달한 매력적인 도시였다. 야곱의 딸 디나는 가나안 여인들의 아름다움을 구경하러 도성에 나갔다가 성주 세겜에게 겁탈을 당한다. 격분한 야곱의 아들들은 세겜성 남자들을 모두 도륙하는 끔찍한 일을 저지른다. 이 일로 야곱의 가족은 멸문지화의 위기에 처한다. 그때 하나님께서 야곱에게 찾아와 벧엘로 가라고 명하신다. 벧엘은 야곱이 하늘의 사닥다리를 오르내리는 주의 사자들을 본 곳으로 처음으로 하나님의 약속을 받은 장소다.
당시 야곱은 하나님의 약속이 이뤄진다면 다시 돌아와 돌로 세운 기둥으로 하나님의 전이 되게 하고, 하나님께 십의 일을 드리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야곱은 그 약속을 까마득히 잊고 있다가 세겜성에서 큰 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야곱은 벧엘로 올라가라는 하나님의 명령 앞에서 자신을 정직하게 돌아본다.
그동안 자신의 가정 안에 수많은 우상들이 들어와 있었고 얼마나 사랑하고 있었는지를 깨닫게 된다. 야곱은 모든 우상과 장신구들을 불사르고 몸을 정결하게 했다. 그리고 벧엘로 올라가 진정으로 회개하며 제사를 드린다. 이때 하나님께서는 야곱과 그의 가정에 새로운 부흥을 약속하신다. 오히려 이전보다 더 구체적이고 더 풍성한 축복을 약속해 주셨다.
오늘의 한국교회는 세겜성에서 위기를 만난 야곱의 신세와 비슷하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교회 안에 깊이 스며 들어온 세상의 우상들을 불살라야 한다. 세속주의와 세상의 가치관을 뿌리 뽑고 철저히 회개해야 한다. 그리고 주님의 첫사랑을 경험했던 가난한 심령으로 돌아가야 한다. 사순절 기간을 보내고 있는 이때에 한국교회의 부활을 기대해 본다. 이 기간이 한국교회의 갱신과 부활의 기회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기도하길 소망한다.
이창교 목사(창원 상남교회)
[시온의 소리-이창교] 한국교회의 부활을 기대하며
입력 2016-02-25 18:35 수정 2016-02-25 2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