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선거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축제 얘기하면서 웬 선거냐고 웃을지 모르겠지만 봄 축제 시즌이 걱정돼 그냥 넘어갈 수가 없다. 그동안 경험으로 ‘선거를 코앞에 둔 축제’가 얼마나 위태로운지 잘 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봄 축제 시즌은 정확히 3월 중순부터 4월 중하순까지 이어진다. 중요한 건 3월 축제가 시민들에게는 봄의 전령사지만, 선거를 앞둔 정치인에게는 합법적으로 유권자를 모아주는 최고의 홍보유세장이 된다는 점이다. 특히 홍보기간이 짧아진 이번 선거는 봄 축제 시즌과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선거를 앞둔 정치인들이 얼마나 반가워할지 눈에 훤하다.
지난해 학위논문 주제로 ‘축제에 등장하는 정치인의 이미지’를 다뤘는데 결과가 흥미로웠다. 요약하자면 축제를 유세장으로 이용하는 일부 정치인들이 과연 실제 홍보효과를 얻었는가를 검증하는 거였다. 결과의 핵심은 축제에 일방적으로 등장해 자기홍보 하기 바쁜 정치인들에 대해 유권자들은 ‘반갑지 않은 귀한 손님’, ‘염불보다 잿밥’으로 인식, 매우 부정적이거나 달갑진 않지만 잠시 팔짱끼고 참는다는 거였다.
의외의 결과도 있었다. 등장 방식이 참신하거나 적당한 연설시간, 분위기에 걸맞은 패션 스타일 등 축제 참여에 융통성을 발휘한다면 ‘저렇게 센스 있는 사람이었나’면서 오히려 ‘능력 있는 정치인’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특히 축사나 연설시간이 길수록 ‘낡은 정치인’, ‘옛날식 정치인’처럼 보인다고 하니 유의하면 좋을 것 같다.
무엇보다 주최 측이 ‘위로부터의 압력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말만 되풀이할 게 아니라 정치인의 장점을 살린 개성 있는 등장 방식, VIP 좌석배치 등에 새로운 접근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관 주도 축제문화에서 한꺼번에 바꿀 수 없는 문제라면 조금씩 개선해 나가는 방법론을 연구하는 것이 최선이니 말이다.
유경숙(세계축제연구소 소장)
[축제와 축제 사이] <9> 축제와 정치
입력 2016-02-25 1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