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추궈훙 中 대사 초치… “사드 공개 협박 해명하라”

입력 2016-02-24 21:11 수정 2016-02-25 00:44

미국 고도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에 반대한다며 ‘한·중 관계 파괴’까지 거론해 물의를 빚은 추궈훙(邱國洪·사진) 주한 중국대사가 결국 우리 외교부에 불려나왔다. 한때 ‘역대 최상의 관계’를 자부하던 한·중이 사드 배치를 두고 연일 신경전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김홍균 외교부 차관보는 24일 오후 추 대사를 서울 세종로 외교부청사로 불러 전날 더불어민주당 방문 관련 보도내용에 대해 물었다. 외교부는 “추 대사는 우리 언론에 보도된 내용과 관련해 더민주 방문 경위, 실제 언급 내용, 보도 내용의 정확성 여부 등에 대해 성의 있게 해명했다”면서 “추 대사는 이번 사안의 민감성에 이해를 표시하고 주한 대사로서 한·중 관계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고 설명했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외교부가 주한 중국대사를 불러 항의한 것은 처음이다. 중국 측 또한 지난 7일 한·미 군 당국이 사드 배치 논의를 본격화하자 김장수 주중 한국대사를 중국 외교부로 불러 우려의 뜻을 전달한 바 있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추 대사를 부른 것은) 항의성으로 볼 수 있다”면서 “항의와 함께 해명을 듣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추 대사를 부르기 전까지만 해도 외교부는 절제된 반응을 보이는 듯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오전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문제를 제기하려면 그런 문제가 왜 발생했는지 근원부터 살펴보는 것이 순리일 것”이라면서도 “한·중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려면 신뢰의 바탕 위에서 양국이 함께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당초 외교부는 추 대사의 구체적인 발언 내용에 대해 주한 중국대사관에 설명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사관 해명만으로는 추 대사 발언의 진의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보고 본인을 직접 부르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일 이어지는 중국의 사드 반대 여론전이 도를 넘었다고 판단하고 이를 차단하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한·중 양국이 한반도 사드 배치 문제를 놓고 얼굴을 붉힌 모양새지만 더 이상의 관계 악화는 막아야 한다는 데는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측은 일단 추 대사 발언을 중국 정부의 공식 입장이라기보다는 의도치 않은 ‘돌출행동’으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 또한 정례 브리핑 후 일부 한국 기자들과 따로 만난 자리에서 “사드 배치 문제로 한·중 관계가 훼손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화 대변인은 “추 대사가 중국 측의 원론적인 반대 입장을 전달하려 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면서 정확히 어떤 표현을 썼는지, ‘훼손’이나 ‘파괴’란 단어를 직접 언급했는지 의구심을 표하기도 했다.

우리 정부로선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응하고 장기적으로 통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중국 측의 협조가 여전히 절실하다. 중국 역시 한·중 관계가 단절되면 미국의 주도하는 대중(對中) 포위망에 스스로 한국을 추가하는 셈이어서 역시 전략적 부담이 크다.

다만 갈등의 소지는 여전히 남아있다. 중국은 여전히 한반도 사드 배치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고 한·미는 사드 배치를 기정사실화하는 등 서로 한 치도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이후 대북 양자 제재를 놓고 갈등을 일으킬 소지도 없지 않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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