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인 부동산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23일(현지시간) 네바다 코커스(당원대회) 승리로 3연승을 거둬 대세론을 한층 확고히 했다. 지역·인종적으로도 광범위한 지지가 확인돼 그를 저지하려는 공화당 주류의 고민도 깊어졌다. 2위를 한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을 대항마로 힘을 실어주고, 기타 후보들 간 합종연횡을 통해 ‘반(反)트럼프’ 전선을 형성하는 방안이 부상하고 있다.
◇반짝 인기 아냐…전국적 지지=미 CNN방송 등에 따르면 트럼프는 45.9%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압승했다. 공화당 주류의 지지를 받는 루비오 상원의원(플로리다·23.9%)은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텍사스·21.4%)과 치열한 경합을 벌인 끝에 2위를 차지했다. 트럼프는 승리가 확정되자 라스베이거스에 모인 지지자들에게 “네바다를 사랑한다. 감사하다. 몇 달 전만 해도 우리는 이런 날을 기대하지 않았다. 오늘 밤을 오랫동안 자축하자”고 말했다.
트럼프는 뉴햄프셔(뉴잉글랜드), 사우스캐롤라이나(남부)에 이어 ‘서부의 대선풍향계’인 네바다주에서도 승리해 인기가 특정지역이나 계층에 국한된 것이 아님을 입증했다. 게다가 코커스에 참여한 히스패닉(중남미계 주민)의 44%가 트럼프를 지지해 지지기반이 백인에 편중돼 있다는 비판을 무색케 했다. 2위와의 차이도 20% 포인트 이상 벌렸다.
이에 따라 트럼프가 대선의 최대 승부처인 다음 달 ‘슈퍼 화요일’에서도 1위를 차지할 경우 다른 후보의 역전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슈퍼 화요일에는 14개주에서 코커스나 프라이머리(예비선거)가 열려 공화당 후보 지명에 필요한 전체 대의원 수의 절반가량이 결정된다.
◇치열한 2위 다툼=루비오와 크루즈는 개표 내내 서로 엎치락뒤치락하며 혼전 양상을 보였다. 루비오는 개표 초반 크루즈를 4∼5% 포인트 차이로 앞서가다가 중반 들어 역전을 허용했으나 이를 다시 뒤집는 뒷심을 과시하며 신승을 거뒀다.
이번 네바다주 경선은 모두 히스패닉 이민자 가정 출신인 두 사람 중 누가 ‘히스패닉의 대표주자’인지 자리매김하는 상징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플로리다와 캘리포니아를 비롯해 히스패닉 유권자들이 밀집한 미국 서남부 지역의 표심을 가늠할 ‘바로미터’라는 것이다. 당내 비주류인 ‘티파티’ 운동세력을 지지기반으로 삼는 크루즈로서는 이번 경선에서 트럼프의 대안이 될 ‘가능성’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으나 루비오에 밀리면서 향후 힘겨운 행보가 예상된다.
◇‘반트럼프’ 단일 후보론 부상=‘아웃사이더’인 트럼프의 당 대선후보 지명을 필사적으로 막으려는 공화당으로서는 네바다주 경선 결과로 더욱 곤혹스러운 상황에 직면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제 트럼프에 대항하는 단일 후보를 선정해 힘을 몰아주는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공화당 내에서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공화당 주류의 속내는 루비오에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실제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가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을 끝으로 레이스를 포기한 뒤 그를 지지하던 세력과 자금이 루비오 측으로 쏠리기 시작했다. 아울러 상·하원 의원 중 루비오에 대한 지지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트럼프 대항마 자리를 놓고 벤 카슨 등 군소 후보들의 지지를 흡수하기 위한 루비오와 크루즈 간의 경쟁이 한층 가열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배병우 선임기자 bwb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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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2-24 2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