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새누리 이성헌 “부지런한 혁신 일꾼” vs 더민주 우상호 “정치 생명을 걸겠다”

입력 2016-02-25 04:00
20대 총선 서울 서대문갑에 출마한 이성헌 새누리당 예비후보(왼쪽)가 24일 아침 서울지하철 3호선 홍제역 부근에서 한 시민에게 명함을 나눠주고 있다. 구성찬 기자
서울 서대문갑 현역 의원인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3일 서대문구 영천시장에서 한 시민의 손을 잡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우상호의원실 제공
새누리당 이성헌(57) 전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우상호(53) 의원은 오는 4월 13일 20대 총선에서 서울 서대문갑 지역구를 거머쥐기 위해 다시 맞붙는다. 2000년 16대 국회 때부터 다섯 번째 맞대결이다. 상대 전적은 2승 2패. 16·18대엔 이 전 의원이, 17·19대엔 우 의원이 이겼다. 사실상 이번 승부가 ‘결승전’ 성격도 있는 셈이다. 연대 81학번 동기인 둘은 사석에서 서로 ‘형님’ ‘아우’ 하며 지내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양보 없는 대결을 예고했다.

◇이성헌, ‘지역민 찾아가는 부지런함으로 승부’=이 전 의원은 24일 오전 7시30분 새누리당 상징인 빨간 점퍼를 걸치고 서울 지하철3호선 홍제역 일대를 걸었다. 출근길 시민들에게 명함을 돌리는 ‘아침 인사’다. 가슴에는 ‘힘 있는 혁신 서대문 일꾼’이라는 구호가 적혀 있었다.

마주한 시민 대부분이 무심한 표정으로 지나쳤다. 이 전 의원은 그러나 연신 고개를 숙이고 “새로운 공약 나왔습니다”라며 유권자들을 향해 손을 건넸다. 영하 5도까지 떨어진 추운 날씨 때문에 입김이 서렸다. 빨갛게 상기된 얼굴에서 굳은 결기도 보였다.

지역구민들은 이 전 의원에 대해 ‘부지런한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이 전 의원의 부지런함은 총선 경쟁자인 우 의원도 인정한 부분이다.

근처에서 부동산업을 하는 임모(45)씨는 “지역주민들에게 얼굴을 더 자주 내비치는 이 전 의원 쪽이 지역 현안에 더 관심이 많아 보인다”고 말했다. 김모(73)씨는 “목욕탕에서 들어보면 지난번에 우 의원을 찍었던 사람들 가운데 ‘이번에는 이 전 의원 쪽에 표를 주겠다’는 사람도 많더라”고 했다.

이 전 의원은 오전 10시 30분부터 서대문도서관으로 자리를 옮겨 지역 학부모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그는 “서대문이 교육도시라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보완할 게 많다”며 도서관 확충 및 화장실 등 학교시설 개선 등을 약속했다.

서대문갑 선거구는 연세대와 이화여대 등 대학가가 밀집해 있어 젊은 유권자 비율이 높다. 야세가 강한 셈이다. 그러나 이 전 의원은 “청년들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 뛰는 걸로 돌파하겠다”는 입장이다. 그의 공약도 취업에 필요한 교육훈련 지원, 도서관 기능을 하는 국가청년일자리 창출센터 설치 등 청년에 맞춰져 있다.

◇우상호, ‘공약 잘 지키는 후보 이미지로 3선 고지 승부’=우 의원은 퇴근 시간 지역구 호프집 방문 등의 깜짝 홍보전으로 유명하다. 30, 40대 유권자들을 겨냥한 전략이다. 지역 현안인 ‘신촌 상권 활성화’에도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그는 유권자에게도 “이번에 제가 한 일이 많다”며 당당하다. 그의 의정보고서에는 ‘안산 자락길 완성’ ‘아현·서대문 고가 철거 완료’ ‘연희동 경유 서부선 경전철 노선 확정’ 등의 성과가 빼곡히 담겼다.

회사원 박모(41·여)씨는 “소속 당이 어디인지를 떠나 우리 지역을 얼마나 발전시키는가가 관심사안”이라며 “공약을 지킨 것만 놓고 보면 우 의원 쪽이 더 낫다”고 말했다.

우 의원 측은 이번 선거 판세를 ‘막판까지 박빙 승부’로 예측했다. 다만 “지역에 다녀보면 분위기는 좋다. 오차범위 내에서 다소 앞서는 것으로 본다”고 했다. 야권 분열 변수는 걱정거리다. 우 의원은 “수도권 지역은 표 차이가 크지 않다”며 “야권 분열은 우리에게 불리한 부분으로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 의원은 이날 테러방지법을 막기 위한 야당의 국회 본회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일정 관계로 선거구 유세 일정을 전면 취소한 채 국회에 머물렀다. 그는 “정치 생명을 걸고 이번 선거에 임하고 있다”며 “반드시 3선 고지에 올라 서울 중심지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지역에 비해 낙후된 서대문 곳곳을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지지율은 접전=지난 1월 초 실시된 YTN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4.4% 포인트)에서는 현역인 우 의원의 지지율이 43.3%, 이 전 의원은 29.4%로 나타났다. 그러나 지난 15∼17일 실시된 중앙일보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4.0% 포인트)에서 우 의원과 이 전 의원은 각각 41.8%와 36.1%를 기록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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