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책] 황희 정승도 매관매직한 나라

입력 2016-02-25 19:24

영국의 여행 작가 이사벨라 버드 비숍은 저서 ‘한국과 그 이웃 나라들’에서 이렇게 적었다. “조선에는 착취하는 사람들과 착취당하는 사람들, 이렇게 두 계층만이 존재한다. 전자는 허가받은 흡혈귀라 할 수 있는 양반 계층으로 구성된 관리들이고, 후자는 전체 인구의 5분의 4를 차지하고 있는 하층민들로서 하층민의 존재 이유는 흡혈귀들에게 피를 공급하는 것이다.”

방송 다큐멘터리 작가로 활동하는 저자는 착취의 정치가 어떻게 조선왕조 500년을 지속할 수 있었는지 그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유학을 숭상한 조선은 ‘도덕이 꽃핀 나라’라 하고, 어떤 이는 기개 있고 청렴한 ‘선비의 나라’라 일컫는다. 하지만 조선은 ‘위계의 나라’였다고 저자는 규정한다. 공명정대한 대의를 내세우지만 신분에 따라 철저히 다르게 적용되는 법제도가 그랬다. 뇌물비리는 관료사회의 관행과도 같았다. 도덕과 인품으로 이름난 명재상 황희 역시 정권을 잡은 수년 동안 매관매직하고 형옥을 팔아 뇌물을 받았다. ‘세종실록’에는 “황희는 이미 의정 대신이며 또 태종께서 신임하시던 신하인데, 어찌 이런 일로써 파면하리오”라고 기록돼 있다. 양반에 집중된 토지와 경제, 지배를 위한 교육제도, 극단적 사대외교 등을 각종 자료를 통해 들여다본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