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숲] “고릴라에게도 집은 소중해요”

입력 2016-02-25 19:25
생명의 숲을 지키려는 고릴라 이야기다.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그림책이 많아 주제만 들으면 뻔한 책이겠거니 싶다. 하지만 두 쪽만 넘겨보면 범상치 않은 그림책이라는 걸 단박에 알 수 있다.

우선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물인 고릴라를 등장인물로 내세워 친근하다. 숲의 특징을 소략하게 함축적으로 그린 스케치는 시원하다. 색을 쓰는 방식도 탁월하다. 초록, 파랑 등을 주조색으로 쓴 수채화는 청량감이 물씬 풍겨 숲 속에 들어가 있는 느낌을 준다. 무시무시한 상황에서는 먹색을 써서 반전의 효과도 극대화시킨다.

압권은 고릴라의 표정이다. 사람의 얼굴을 보는 듯 생생하다. 비장하고, 외롭고, 때로는 분노하고, 겁에 질려 있기도 하는 고릴라를 보면서 우리 모두가 숲을 지켜야 하는 이유에 공감하게 된다.

책의 주인공은 새끼 고릴라다. 대대로 숲에서 태어나 숲에서 살아왔고 앞으로도 숲에서 살아야 하는 존재다. 그런데 어느 날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야 하는 신세가 된다. 개발로 인해 나무가 베어지고 숲이 파괴되면서 자연재해도 피할 수 없게 됐다. 홍수가 나서 육지동물 뿐 아니라 수중 동물도 살 곳을 잃게 되고, 결국 대부분의 동물들은 숲을 떠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런데도 꿈쩍 않고 숲에 있겠다는 아빠 고릴라를 아들 고릴라는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한다. “숲은 우리의 집이야 ! 누구에게도 집을 빼앗을 권리는 없어.” 목젖이 보일 정도로 외치며 분노를 표출하는 아빠 고릴라의 표정에선 숨이 멎을 듯한데…. 결국 그런 아빠를 새끼 고릴라가 이해하듯 우리도 감정이입이 된다. 현북스가 세계적 그림책 작가인 영국의 앤서니 브라운과 공동으로 주관하는 제4회 앤서니 브라운 공모전에서 입상했다. 지난해에는 한국안데르센상을 받았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