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숙련 외국 인력’ 도입 절반 축소 검토

입력 2016-02-25 04:00

법무부가 비전문 외국인력의 체류기간 축소, 체류연장 제한 등을 포함한 외국인력 도입 제도 개선 방안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국내에 체류하는 저임금 외국인 근로자가 늘면서 내국인 일자리가 감소한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현재의 비전문 외국인력 도입 규모를 50% 수준으로 축소하는 방안도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런 정책 방향은 법무부가 현대경제연구원에 의뢰한 연구용역 결과에 드러나 있다. 최근 법무부에 제출된 보고서에는 해외 각국의 내국인 일자리 보호 정책과 함께 현행 고용허가제의 유지·축소·폐지 등 3가지 시나리오에 따른 외국인력 선발 개선안이 제시됐다.

법무부는 연구용역 결과에 대해 “향후 이민정책 관점의 ‘노동시장 테스트’ 방안 마련과 개선에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늘어난 외국인, 대다수는 단순노무직

24일 현대경제연구원이 법무부에 제출한 ‘외국인력도입 노동시장테스트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체류 외국인은 비전문 경제활동 인력을 중심으로 늘고 있다. 취업비자로 체류 중인 외국인 근로자는 지난해 11월 기준 62만9671명인데, 비전문·방문취업자가 58만670명이다. 전문인력 유입은 정체 상태지만 비전문인력 외국인은 2006년 10만명에서 지난해 36만명 수준으로 늘었다.

이는 저임금 지급을 원하는 중소기업들이 비전문 외국인력을 선호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외국인 근로자의 40%가량은 기능원, 기계조작·조립 종사자였고, 32%는 단순노무자로 분류됐다. 전체의 67%가 30인 이하 소규모 사업장에 취업한 상태다.

늘어나는 외국인 근로자는 내국인 취약계층의 고용 장벽, 불법체류자 증가 등의 문제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외국인력 증가 경향은 체류허용 기간의 장기화와도 관련돼 있다. 고용허가제가 도입된 2004년에는 외국인력 체류허용 기간이 3년이었지만 2009년 4년10개월로 늘었다.

2012년 7월 이후에는 이 기간이 총 9년8개월로 또다시 늘었다. ‘성실 근로자’의 경우 4년10개월을 1회 더 연장할 수 있게 한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은 단기노동 공급을 위한 비숙련 인력의 체류기간을 1년 미만으로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9년8개월간 체류한 자의 체류기간이 만료되는 2017년부터 불법체류자가 대폭 증가할 수 있다”고도 전망했다.

임금 정상화, 고용부담금…근본 대책은

우리 정부는 사업주가 내국인 구인 노력을 했음에도 인력을 못 구했다고 입증해야만 외국인을 채용할 수 있게 하는 ‘노동시장 테스트’를 시행해 왔다. 하지만 법무부가 2014년 전국 169개 사업장을 조사한 결과 120개 업체는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기 위해 내국인 구인 노력은 형식적으로 한다”고 답변했다. 이에 현대경제연구원은 7∼14일로 규정된 구인공고 기간을 14일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고 건의했다.

캐나다·호주·덴마크 등의 사례를 참고해 “비전문 외국인 근로자에게 동일직종 내국인 수준의 임금을 주게 해야 한다”는 제안도 이뤄졌다. 국내에 체류하는 비전문·방문취업자 중 약 70%는 100만원 이상, 200만원 미만의 월급을 받는다. 2012년 기준 내국인 근로자 평균 월급인 232만원보다 낮아 사업주의 선호도가 높은 상황이다. 외국인력 고용에 대해 고용부담금을 도입해야 한다고도 제안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비전문 외국인력을 급증시킨 원인으로 지목된 고용허가제가 유지·축소·폐지되는 3가지 경우를 가정, 노동시장 테스트의 개선 방안을 보고했다. 비숙련 외국인력을 절반으로 점진 축소하되 기업의 선발 자율권을 확대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체류기간을 애초의 3년으로 축소해 정주화를 예방하는 방안도 거론됐다. 하지만 어느 경우든 숙련도 평가 체계 구축, 직업훈련 체계 지원, 가족 지원 강화 등이 중요하다고 현대경제연구원은 설명했다.

법무부는 “현행 외국인력 도입 제도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향후 종합적 정책방향 설정에 참고하기 위한 것”이라고 연구용역 목적을 밝혔다. 보고서가 개선 필요성을 제기한 고용허가제에 대해서는 고용노동부가 주무부처인 만큼 언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법무부는 “3가지 시나리오는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기 위해 설정한 것”이라며 “각 시나리오를 면밀히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