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씨는 요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가입을 부탁하는 지인들 연락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수수료 등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일단 들어 달라”는 연락이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계좌를 한 개만 만들 수 있어 누구의 부탁을 들어줘야 할지 난감하다. 사회 초년생 B씨는 ISA가 뭔지 잘 모르지만 은행에 다니는 친구의 호소에 일단 상품이 나오면 들겠다고 구두 약속을 했다.
다음 달 ISA 출시를 앞두고 금융사들이 직원들에게 할당을 주면서 가입실적 늘리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사실상 대부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신상품인 만큼 초기에 밀어붙여 우위를 점하겠다는 전략 차원이지만 묻지마 가입이 늘어날 경우 불완전판매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24일 오전 ISA 준비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며 이 같은 행태를 꼬집었다. 임 위원장은 “ISA 성공 여부는 고객에게 높은 수익을 되돌려주는 데 달렸다”며 “유치 고객수나 점유율 같은 외형 경쟁에 치중하는 금융회사가 있다면 방향을 잘못 잡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분기별로 ISA 수익률에 대한 비교공시 체계를 구축해 시장이 명확히 알 수 있도록 하고, 잘하는 금융회사로 손쉽게 계좌를 이동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은행과 증권사들은 금리 혜택과 자동차 등 경품을 앞세워 사전예약을 받는 데 몰두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ISA에 대한 정보 제공이 부족해 불완전판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문제 제기가 나오고 있다. 아직 ISA 모범규준이 공시되지 않아 금융사가 제공할 일임형 ISA의 모델 포트폴리오가 확정되지 않았고, 각 사의 ISA 운용 수수료도 고객들에게 공개되지 않고 있다. 객관적인 금융사의 경쟁력 대신 일회성 행사에 금융소비자들이 휘둘리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불완전판매에 강경 대응하기로 했다. 우려가 해소될 때까지 불시 점검 등을 주기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투자자에게 ISA가 운용실적에 따라 원금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상품이라는 사실 등을 제대로 설명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판매과정에서 새롭게 나타나는 문제점을 파악해 금융사에 개선을 요구할 방침이다.
임 위원장은 “대부분 금융사가 3월 14일에 출시한다고 해서 준비도 제대로 하지 않고 출시일 맞추기에만 급급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철저한 준비를 주문했다. 또 불완전판매를 막기 위해 직원들이 설명의무를 준수할 수 있도록 직원교육을 당부했다.
ISA는 예·적금, 펀드, 주가연계증권(ELS),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한 통장에 넣어 관리하고 순수익 200만원(연봉 5000만원 이하 등 25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주는 상품이다. 연 2000만원까지 넣을 수 있다. 절세혜택이 강조되고 있지만 3년 또는 5년 계좌를 유지해야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운용 수수료도 꼭 따져봐야 할 부분이다. 금융사마다 다르고 상품 종류(일임형 또는 신탁형)에 따라 차이가 난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
ISA ‘묻지마 가입’ 조짐에… 금융위, 과열경쟁 급제동
입력 2016-02-24 21: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