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빚이 작년 말 기준 1207조원에 달했다. 한국은행이 2002년 이후 가계 빚 통계를 작성한 이후 처음 1200조원을 넘었다.
가계 빚 1200조원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75% 정도를 차지한다는 총량도 걱정이지만 내용으로 볼 때 우려스러움이 더 많다. 전체의 절반 정도인 580조원이 부동산 관련 대출이란 점에서 후폭풍이 여간 심각한 게 아니다. 경기 흐름에 민감한 특성상 집값이 내리거나 금리 상승이 가시화되면 하우스푸어가 대거 발생해 걷잡을 수 없는 부작용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또 과도한 가계 빚은 정부의 정책 수단을 제한하는 걸림돌이다. 빚이 금융 안정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면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대응 여지는 급격히 축소된다. 가계 빚이 소비를 위축시킴으로써 내수 활성화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고민이다. 가계 빚 증가 속도가 소득 증가율보다 3배나 빠른 현실에서 가계의 가처분소득 감소는 경제 활력 회복에 치명타를 입힌다.
그나마 이달부터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시행돼 증가 속도가 다소 둔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 당국이 원리금 상환 및 고정금리 대출을 확대토록 했기 때문에 관리 가능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부동산 경기를 냉각시키지 않기 위한 미세한 조정이 필요하다. 올 들어 거래가 급격히 줄어드는 등 이미 시장 흐름이 심상찮다. 가계 빚의 주범이 부동산이지만 당장 얼어붙게 해서는 폭탄의 뇌관을 건드리는 형국이 될 소지가 높다.
여신관리 강화와 함께 분양 물량 축소도 해법이다. 작년부터 신규 물량이 대거 쏟아져 추후 공급 과잉에 따른 부동산값 하락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아파트 집단대출에 대해서는 개인 부채상환 능력을 면밀히 심사하는 보완책이 요구된다. 부동산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고 가계 빚도 관리하는 묘책 마련에 정부의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사설] 가계 빚 1200조원 시대 주도면밀한 대책 세워야
입력 2016-02-24 1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