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이 테러방지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를 막기 위해 23일에 이어 24일에도 본회의장에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계속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테러방지법안을 직권 상정하자 야당이 꺼내든 카드다. 더불어민주당 은수미 의원은 24일 새벽부터 시작해 무려 10시간18분 동안 연설해 국내에서 최장 시간을 기록했다. 연설 중간에 테러방지법과 관련 없는 사항을 언급하기도 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야당은 필리버스터에 나선 의원들을 응원하고 있지만, 여당은 선거운동용이라고 깎아내리고 있다. 필리버스터는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 행위이다. 의회 안에서 다수파의 독주를 막고 소수 정파의 의견 개진 기회를 넓혀주자는 게 취지다. 국회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 찬성이 없으면 무제한 토론을 중단시킬 수 없다.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이 적용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론적으로는 다른 모든 의사진행을 방해하면서 이번 회기가 끝날 때까지 필리버스터가 가능하다.
국회선진화법이 시행된 이래 몸싸움은 없어졌지만 다수결 원칙을 무력화시킴으로써 식물 국회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많다. 온당한 지적이다. 필리버스터도 소수 정파 배려라는 선한 취지가 있지만 현실 정치에서는 그렇게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번 필리버스터의 원인은 여야가 합의하지 못한 내용의 법안이 직권 상정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필리버스터가 진행되는 동안 여야는 테러방지법안 합의를 위한 절충을 계속하길 바란다. 야당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필리버스터 전략을 택했을 것이다. 테러방지법이 제대로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정보수집 권한을 국가정보원에 주는 것이 옳다. 대내외 정보활동을 해본 적 없는 국민안전처에 권한을 주고 테러 예방 활동을 하라고 주문하는 것은 비상식적이다. 테러 예방 활동은 국내도 중요하지만 외국 대테러 기관들과의 협조 및 정보 교환도 무척 중요한데, 국민안전처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겠는가.
국정원이 과거 저지른 인권침해 등 각종 불법 행위 때문에 야당과 일부 여론이 심히 우려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테러방지법을 빙자한 국정원의 권한 남용을 막기 위한 견제 장치를 마련하면 된다. 불법 행위를 저질렀을 경우 책임자와 행위자 등 지휘계통에 있는 관련자들을 무겁게 처벌하는 조항도 만들어야 한다.
4차 핵실험 이후 북한은 국가 기간시설 테러, 사이버 테러 등을 공공연히 언급하고 있다. 테러를 위한 북한의 정보수집 활동이 강화됐다는 첩보까지 있는 상황이다. 우리는 이슬람국가(IS) 등 국제 테러 집단의 표적에도 포함돼 있다. 제대로 테러 예방 활동을 할 수 있고, 인권 침해도 최소화할 수 있는 테러방지법에 빨리 합의해야 한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데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사설] 야당의 필리버스터 최선인지 의문이다
입력 2016-02-24 1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