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새워 10시간18분 필리버스터… 기록의 은수미

입력 2016-02-24 22:27
은수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테러방지법 본회의 통과를 막기 위해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다 목이 탄 듯 물을 마시고 있다. 가운데 사진은 무제한 토론 도중 장시간 서 있어 아픈 다리를 풀어주는 모습. 은 의원이 10시간18분간의 최장기록을 세우고 단상에서 내려오며 울먹이자 동료의원들이 격려했다(오른쪽 사진). 이동희 기자

야당이 테러방지법 의결 지연을 위한 릴레이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이틀째 이어가면서 갖가지 기록이 쏟아졌다.

필리버스터 세 번째 주자로 나선 더불어민주당 은수미 의원은 24일 오전 2시30분부터 오후 12시48분까지 10시간18분 동안 밤샘연설을 했다. 첫 토론자인 더민주 김광진 의원이 5시간32분간 연설을 이어가 고(故) 김대중 대통령의 5시간19분 기록을 깬 직후 연이어 나온 기록이다. 1969년 3선 개헌 저지를 위해 10시간15분 동안 연설한 신민당 박한상 의원의 최장기록도 넘어섰다. ‘부자감세’를 막기 위해 8시간37분간 연설한 미국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기록도 깼다.

은 의원이 발언하는 동안 더민주 의원들은 ‘힘내라’며 응원한 반면, 새누리당 김용남 의원은 “안건과 전혀 상관없는 얘기를 계속하고 있다” “그런다고 공천 못 받는다”고 고함쳤다.

토론자들은 연설시간을 늘리기 위해 평소보다 느린 속도로 말했고 화장실을 가지 않으려고 물도 조금씩만 마셨다. 은 의원은 테러방지법에 대한 시민들의 댓글을 읽었고 김 의원은 A4 용지 15장짜리 ‘국가 대테러활동 지침’을 처음부터 끝까지 낭독했다.

미국 의회 필리버스터 기록은 1957년 공민권법에 반대하며 24시간18분 동안 연설한 스트롬 서몬드 전 상원의원이 보유하고 있다. 그해 8월 28일 오후 8시54분에 시작한 연설을 다음 날인 29일 오후 9시12분에 끝냈다. 두 번째 기록 보유자인 알폰스 다마토 전 상원의원은 1986년 훈령용 제트기 예산 삭감법안에 반대하며 23시간30분간 연설했다.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