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S7, G5 특징만큼이나 다른 삼성-LG 수장… 화끈한 소통맨 vs 차분한 전략가

입력 2016-02-25 04:00

스페인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6’에서 나란히 공개된 삼성전자 갤럭시S7과 LG전자 G5는 추구하는 지점이 확연히 달랐다. 갤럭시S7이 고객의 요구를 최대한 반영해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했다면, G5는 누구도 하지 않은 독특한 시도를 통해 차별화를 노렸다. 외향적이고 활달한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과 차분하고 전략적인 조준호 LG전자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사업본부 사장의 상반된 성격이 제품에 그대로 녹아들었다는 평가다.

지난해 12월부터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을 진두지휘하게 된 고 사장은 소통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리더로 알려졌다. 방수·방진, 외장메모리 채택, 배터리용량 증가 등 갤럭시S7의 주요 기능은 고객과의 소통 결과다. 고 사장은 “소비자가 불만을 가졌던 부분은 무조건 반영한다고 정했다”고 소개했다.

고 사장은 삼성전자 휴대전화의 산증인으로 불린다. 1984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후 거의 모든 휴대전화 개발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이 승승장구하던 때와 어려움을 겪은 때를 모두 경험한 고 사장은 맹목적인 변화보다는 본질적인 가치를 높이는 것이 갤럭시S7이 갈 방향이라고 확신했다. 취임 이후 22일(이하 현지시간) 언론과 첫 만남을 가진 고 사장은 기자들에게 먼저 다가가 말을 건네고 분위기를 이끄는 모습을 보였다. 고 사장은 고객에게 사랑받는 제품을 만드는 조직, 파트너에 존경받는 조직, 임직원으로부터 신뢰받는 조직을 만드는 게 자신의 3대 철학이라고 밝혔다.

반면 조 사장은 냉정하게 LG전자 스마트폰의 현주소를 분석해 G5의 갈 길을 정했다. 정면대결보다는 의미 있는 대안이 되는 쪽이 현실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조 사장은 23일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선두업체와 같은 방향으로 가면서 그 제품보다 좀 더 좋다고 내세워 봐야 안 먹힌다는 걸 알게 됐다”고 털어놨다. 그는 지난해 공개했던 G4가 기대에 못 미치는 제품이었다고 인정했다. 실패한 과거를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는 자세는 G5가 혁신적인 제품으로 거듭나는 데 밑거름이 됐다. 세계 최초로 모듈 방식을 적용한 G5는 MWC 2016에서 언론과 관람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LG전자 초콜릿폰 신화의 주인공이기도 한 조 사장은 영화배우를 연상시키는 훤칠한 외모, 차분한 말투로 G5 공개행사에서도 세련된 진행을 해 호평을 받았다. 독실한 기독교인인 그는 술은 일절 마시지 않는다. 업계에서는 조 사장이 지난해 취임 이후 LG전자 스마트폰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했다고 보고 있다. 그는 LG전자 스마트폰 부진이 사양 문제가 아니라 팬덤을 만들지 못한 것이라고 봤다. LG전자만의 매력이 없었다는 것이다.

고 사장이 공대(성균관대 산업공학과·영국 석세스대 대학원 기술정책학과) 출신으로 제품 기획과 개발 전문가라면, 조 사장은 문과 출신 경영 전문인(서울대 경제학과·시카고대 대학원 마케팅학과)으로 대조적이란 점도 흥미롭다.바르셀로나=김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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