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투병 새내기 시인의 못 다한 사랑이야기다. 저자는 대학을 졸업하고 1984년 덕수중을 시작으로 서운중, 풍납여중, 풍성중, 신명중, 월곡중학교에서 감수성 풍부한 중학생들을 가르쳤다. 2009년 학교에서 시 연수를 받은 것을 계기로 시모임 ‘해토머리’에 참여했다. 사랑을 듬뿍 담은 50여 편의 시를 남겼다.
“사랑이 힘들었습니다/사랑은 의무라/사랑은 책임이라/사랑은 희생이라 생각했습니다/사랑은 기쁨이고 환희이며 감사라는 것 말고는 아직도 방법은 모릅니다/사랑할 줄 몰랐기 때문에 사랑을 받을 줄도 몰랐습니다”(31쪽)
저자가 2012년 초 암 수술을 받고 석 달쯤 지났을 때 쓴 시의 일부다. 저자는 간에서 암이 발견된 전년 말부터 2014년 10월까지 투병하는 3년 동안 사랑에 눈을 뜨고 사랑 덩어리로 살았다. 성경 말씀 속에서 깨닫고, 아름다운 자연을 보면서 느낀 창조주 하나님의 사랑, 그리고 가족과 환우들, 지인들과 함께 나누었던 사랑을 틈틈이 시와 기도문, 카카오톡, 카카오 스토리 등에 남겼다. 자신은 물론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시간에 가족들 곁을 떠나 긴 잠에 들어가기 전까지 기록을 생생하게 남겼다.
책을 엮은이는 남편 김재호씨다. 그는 55년간 무신론자로 살다가 아내가 암에 걸리고 나서야 성경 말씀에 하나님의 사랑이 가득 들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거듭났다고 했다. 그는 아내처럼 몸과 마음의 병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사랑과 복음을 전하는 소명을 이루고 싶었는데 아내를 왜 갑자기 잠재우셨는지 알 수 있게 해 주시리라 믿고 있다.
“세상살이에는 연습이 없습니다. 아무도 정답을 모르니 사는 길은 사람 수만큼이나 많습니다. 남들이 어떻게 평가하든 죽는 순간에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 수 있으면 좋겠지요. 투병으로 힘든 생활을 하고 있는 분들에게 저희 부부의 경험이 참고가 되어 치유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286쪽)윤중식 기자
사랑에 눈 뜬, 암 투병 시인이 이 땅에 남긴 이야기… ‘사랑이 힘들었습니다’
입력 2016-02-25 1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