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염성덕] 드론 제압한 독수리

입력 2016-02-24 17:31

드론(무인항공기)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78개국이 정찰용 드론을 배치했고, 20개국 이상이 무기를 장착한 드론을 보유·개발하고 있다. 정찰용으로 시작해 물품 배송, 산불 예방, 병해충 방제, 해안 감시 등 활용 영역도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국내 기독교 방송사가 드론을 취재도구로 활용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이 방송사는 재작년 11월 에티오피아 성지 탐방 때 드론을 이용했다. 고성(古城) 상공에서 주변을 촬영하는 것을 보고 신기해하던 에티오피아인들이 뇌리에 남아 있다. 드론은 청나일 폭포를 찍을 때 위력을 발휘했다. 거대한 폭포수, 물보라와 햇빛이 빚은 무지개를 근접 촬영한 것이다. 먼발치에서 카메라로 찍은 다른 기자들과 크게 대비됐다.

청나일 폭포를 떠나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길에 기암괴석을 만났다. 기암괴석은 서울 도심의 고층건물과 맞먹을 만큼 높았다. 방송사 취재진은 야트막한 능선에 홀로 우뚝 선 기암괴석 정상으로 드론을 띄웠다. 그런데 한 쌍의 독수리가 나타나 드론을 위협했다. 드론의 앞뒤에서 협공하려는 듯했다. 드론이 접근하자 독수리들은 근접 비행에 나섰다. 영역을 침범하지 말라는 경고였다.

드론이 물러서지 않자 한 마리가 쏜살같이 돌진했다. 멀어서 부리로 찍었는지, 발톱으로 공격했는지 식별할 순 없었다. 맥없이 추락하던 드론은 기암괴석과 부딪혔다. 드론을 무장해제시킨 독수리는 별일 아니라는 듯 상공을 선회했다. 희한한 장면이었다.

네덜란드 경찰이 드론을 잡는 독수리 영상을 공개했다. 독수리는 경찰 신호를 받자마자 날아가 발톱으로 드론을 제압했다. 전통적인 맹금류 사냥이 최첨단 기술의 산물인 드론을 포획한 것이다. 경찰은 독수리를 불법적인 드론 단속에 투입할지 논의할 계획이다. 독수리의 부상을 막기 위해 보호 장비를 입히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하늘에서 드론을 체포하는 ‘독수리 경찰’ 시대가 열릴지 궁금하다.

염성덕 논설위원 sdyu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