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는 누구인가. 성과에 대해 책임을 지는 사람이다. 거둔 성과를 두고 이런 저런 변명을 늘어놓을 수 있지만, 그럼에도 리더는 숫자로 표시된 성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집권 3주년을 맞은 박근혜정부의 성적표는 숫자로 보면 초라하기 짝이 없다. 열심히 잘해 보려고 노력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세계경제의 저성장 국면, 중국의 성장세 둔화, 예기치 못했던 사고 및 사건 등이 기대하는 성과를 만들어내는데 걸림돌이 되었다.
성적표 가운데 으뜸으로 꼽아야 할 항목은 경제성장률이다. 지난 3년 동안 GDP 성장률은 2.9%, 3.3%, 2.6%를 기록했다. 막대한 규모의 경기 부양용 재정을 투입했음을 고려하면 2%대 성장률은 너무 낮은 수준이다. 빚은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는 중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공기업을 포함한 공공부문 부채는 건국 70년 만인 2015년에 957조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204조원이 지난 3년간 늘어난 규모다. 공공부채의 21%가 지난 3년간 늘어난 셈이다. 1998년부터 2014년까지 국가부채 증가 속도가 연평균 13.12%였음을 염두에 두면 지난 3년간 빚 증가 속도와 규모는 너무 컸다.
수출 감소세도 눈에 두드러질 정도다. 2015년부터 전년 대비 연속해서 마이너스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수출은 마침내 지난 1월 말에는 전년 대비 18.5%나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말았다. 같은 기간 중국 일본 대만 등 수출 의존도가 높은 주요 국가들에 비해서도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수출 감소가 단순히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한국 제조업의 경쟁력 하락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고용 환경도 날로 악화되는 추세다. 1월 청년실업률은 9.5%로 1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제에 관한 한 “잘했다”고 칭찬할 만한 것을 찾기 힘들다. 2012년을 전후해서 불황으로 돌아선 한국경제는 경기 회복의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바닥 경기는 날로 악화되고 있으며, 소득에 대해 다소 민감한 대부분 상품이나 서비스는 매출 급감 때문에 사람들은 악전고투 중이다. 소비자들 역시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지갑을 닫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3년간 녹록지 않은 환경의 연속이었다는 점을 이해한다. 게다가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행정부가 신속하게 정책을 추진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는 것도 안다. 그러나 박근혜정부가 남은 2년간 업무를 제대로 완수하고 물러나기 위해서는 무엇이 문제였는가에 대해 통렬한 반성과 비판이 필요하다.
집권 초기부터 우려했던 것은 정책이 지향하는 목적지가 명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경제가 전쟁에 준할 정도의 비상 상황이라면 명확한 정책 목표를 정해 한정된 자원을 집중적으로 투입하는 전략을 사용했어야 했다. 지금 가장 시급한 과제는 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면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야 한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쉬운 길을 자꾸 선택하려 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돈을 풀어 경기를 살리려는 ‘거짓 성장’이 아니라 규제개혁과 구조조정을 통해 경기를 살리는 ‘정직한 성장’이어야 한다. 성역 없는 규제 혁파가 사회의 구석구석에 포진돼 있는 비효율과 낭비를 제거하는 구조조정에는 타이밍이 있다. 훗날 박근혜정부가 그 시기를 놓친 정권이었다는 오명을 뒤집어쓰지 않기를 바란다.
성역화된 규제에 대해 혁파나 충격에 가까운 해법이 나올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생각의 전환이나 발상의 전환이 어렵기 때문이다. 무난한 정책들로 난국을 타개하려는 지난 3년간의 노력을 보면서 한국경제의 위기는 ‘생각의 위기’이자 ‘리더십의 위기’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두 가지는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앞으로 바뀔 수도 있지 않을까.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시사풍향계-공병호] 한국경제는 지금 ‘생각의 위기’
입력 2016-02-24 17: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