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필리버스터’에 갇힌 테러방지법

입력 2016-02-24 00:37
테러방지법 처리를 위한 국회 본회의가 23일 열린 가운데 김광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에 나서자 새누리당 의원들이 빠져나가면서 본회의장 의석 절반 이상이 비어 있다. 더민주 등 야당 소속 의원들이 잇따라 테러방지법 본회의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무제한 토론을 신청했다. 이병주 기자

정의화 국회의장이 23일 여야 합의가 지연되고 있는 테러방지법을 본회의에 직권상정했다. 그러나 야당이 표결을 저지하기 위해 무제한 토론, 이른바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에 나서면서 테러방지법은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정 의장은 이날 저녁 테러방지법 심의를 위한 국회 본회의 개의를 선언한 뒤 “지금은 국민안전 비상상황”이라면서 “북한의 위협은 물론 국제 테러리즘을 막기 위한 국제공조 차원에서도 테러방지법 제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회가 테러방지법 제정 등 꼭 해야 할 일을 미루는 동안 만에 하나 테러가 발생한다면 역사와 국민 앞에 더없이 큰 죄를 짓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정 의장은 이날 오전 “테러방지법을 오후 1시30분까지 정보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처리하라”고 심사기일을 지정했다.

심사기일이 지정된 법안은 새누리당이 전날 밤 야당의 요구를 일부 수용해 발의한 ‘국민 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안’으로 국무총리실에 대테러 방지 기구를 두되 국정원에 테러 용의자 감청·계좌추적을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또 국정원의 탈법행위를 감시하기 위한 인권보호관을 두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국정원이 정보 수집·활용 권한을 불법·탈법적으로 활용해 민간인 사찰과 야당 감시 등에 악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법안 수정을 요구하는 더불어민주당은 김광진 의원을 필두로 필리버스터에 돌입했다. 야당 의원들의 필리버스터는 이날 자정 넘어서까지 계속됐다. 과거 다수당의 독주를 막기 위해 소수당이 썼던 필리버스터가 1969년 이후 47년 만에 재현된 것으로, 야당 의원들은 24일에도 본회의에서 필리버스터를 이어갈 방침이다. 야당이 스스로 멈추거나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의 종결 요구가 없으면 최대한 2월 임시국회가 끝나는 3월 10일까지 필리버스터는 이어질 수 있다.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테러방지법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우리 당도 같은 의견이지만 새누리당이 제출한 안은 인권침해를 가져오는 독소 조항이 너무 많아 반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필리버스터 종료 시기에 대해 “의원들이 희망하는 사람이 없거나 지쳐서 더 못할 때까지는 갈 것”이라며 “끝까지 가면 3월 10일까지도 갈 수 있다”고 밝혔다.

필리버스터는 해당 회기가 종료되면 자동 종결되고 해당 안건은 바로 다음 회기에서 표결할 수 있다.

전웅빈 고승혁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