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이 1년에 두 차례 신입생을 뽑게 하자. 그래서 입학식도 3월과 9월에 두 번 하자.”
이준식(사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이런 구상은 단 한 차례 입시에 ‘학벌’이 결정되는 폐단을 줄여보자는 취지로 읽힌다. 실현될 경우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하더라도 1년씩 재수하며 기다릴 필요가 없다. ‘대입’을 향해 초·중·고 12년을 내달리는 수험생의 짐을 조금이라도 덜어주자는 것이다. 학교 현장에 미칠 파장은 엄청나게 크다. ‘실현 가능성’을 거론하는 목소리가 벌써 나오고 있다.
◇“1년 두 차례 대입”…메가톤급 파장=이 부총리의 구상은 “학부생도 대학원생처럼 뽑자”는 것이다. 대학원은 겨울에 입학전형을 실시해 3월에 신입생을 받고, 여름에 또 입학전형을 해서 9월에 입학한다. 고3·재수 수험생에게도 이렇게 여러 번 기회를 주면 ‘인생이 걸린 입시’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고 본 듯하다. 이 부총리는 “학부생도 그렇게 못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했다.
이 구상이 실제 추진될 경우 학교 현장에 미칠 영향은 상상을 초월한다. 세부적인 시행 방향에 따라 고교 2학년과 3학년의 경계는 무의미해질 수 있다. 예컨대 고3 학생이 9월 대입을 위해 미리 입시를 준비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그럴 경우 대입에 뛰어드는 기간이 대폭 앞당겨진다. 그러면 고교 1∼3학년에 학습할 범위 등도 조정돼야 한다. 이는 지난해 완성돼 2018년부터 적용될 ‘2015 개정 교육과정’도 다시 손봐야 하는 문제다. 이 교육과정은 문·이과를 통합해 고1 때 공통과정을 배우고 2학년부터는 심화학습을 하도록 설계돼 있다. 이 틀을 다시 흔들어야 한다.
이 부총리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수능을 두 차례 보는 상황도 가정할 수 있다. 학력고사에서 수능으로 전환된 초창기에는 수능을 두 차례 실시한 적이 있다. ‘난이도 조정의 어려움’ 등 혼란을 겪으며 한 차례로 바뀐 뒤 지금에 이르고 있다.
◇현장에선 ‘글쎄’…“하지만 고민해볼 문제”=여파가 크기에 교육부도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그래서 이 부총리 발언을 “아이디어 차원”이라고 설명하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입시 전문가들도 “혼란이 크고 사교육 때문에 도입하기 어려울 것”이란 반응을 보였다.
교육부가 대입 제도를 흔들 때마다 사교육은 재미를 봤다. 변화 폭이 클수록 그 ‘불안 마케팅’은 효과를 발휘했다. 수능 영어를 절대평가로 전환하자 수학으로 ‘풍선효과’가 일어나는 식이다. 올해는 수능에서 한국사가 필수가 되고, 국어가 문·이과 통합형으로 치러진다. 대입 제도는 매년 변화해 왔고, 수험생 사이에는 그에 대한 ‘피로감’이 있다.
하지만 이 부총리의 문제의식은 교육계의 오랜 고민이었다. 학교 현장에서 빚어지는 많은 문제가 ‘단 한 차례의 대학입시’에 ‘올인’해야 하는 풍토에서 나왔다는 지적이 많았다. 한 입시 전문가는 “이런 구상이 당장 실현되지는 않더라도 이 부총리가 교육계에 중요한 화두를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단독]‘한 번 시험’에 바뀌는 인생… 교육계 오랜 고민 꺼낸 부총리
입력 2016-02-24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