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4일 국회의원 평가에서 하위 20%(컷오프)에 속한 공천 배제 대상 의원에게 결과를 ‘서면’으로 개별 통보키로 했다. ‘1차 물갈이’인 컷오프 대상자는 산술적으로 최대 16명까지 가능하다. 더민주는 컷오프 통보 이후에도 별도로 현역 의원 경쟁력을 조사해 초·재선은 하위 30%, 3선 이상은 하위 50%에 대해 공천 배제 여부를 추가 심사한다. 물갈이 폭은 훨씬 커질 수 있는 셈이다. 문재인 전 대표가 만들고 김종인 대표가 한층 강화시킨 ‘공천 태풍’이 거세게 불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판도라의 상자’ 개봉을 앞둔 의원들은 냉탕과 온탕을 오가며 온종일 가슴을 졸였다.
더민주 홍창선 공천관리위원장과 조은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장 등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고 봉인돼 있던 컷오프 결과를 해제했다. 당초 이날 의원들에게 컷오프 결과를 개별 통보키로 했으나 통보 절차 등에 대해 토론한 끝에 시점을 24일로 하루 미뤘다.
김성수 대변인은 기자간담회에서 “오후 5시가 넘어 (컷오프 결과를) 봉인해제해 홍 위원장과 조 위원장 두 분이 (탈락자) 명단을 확인했다”며 “내일 중 전 소속 의원에게 친전 형태로 (탈락 여부를) 개별 통보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더민주는 당초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성곤 신학용 최재성 문재인 노영민 의원 등 5명은 일단 교체된 것으로 보고, 지역구 컷오프 대상자 21명(지역구 의원 중 하위 20%) 중 이들을 제외한 16명만 자료를 확인키로 했다.
하지만 노 의원의 경우 이미 여론조사 등 의원 평가를 실시했다는 반론이 제기되면서 노 의원도 다시 산정 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컷오프 대상은 지역구 17명에 비례대표 4명을 더해 최대 21명이 된다.
여기에다 더민주를 탈당해 국민의당으로 간 의원 가운데 안철수 김동철 문병호 황주홍 유성엽 의원 등 5명은 평가 당시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거나 심사를 거부했기 때문에 하위 20%에 포함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들까지 제외하면 컷오프 통보를 받게 되는 더민주 의원은 비례대표를 포함해 산술적으로 최대 16명이 될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추가 탈당자 등을 고려하면 10명 안팎이 1차 컷오프 통보를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물갈이 폭의 관건은 컷오프 이후 ‘김종인·홍창선’표 추가 정밀 심사다. 더민주는 이번 1차 컷오프 외에 추가 정밀 심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공천 심사 탈락자가 속출할 수 있다.
더민주 의원들은 큰소리 한 번 내보지 못한 채 애타는 가슴만 쓸어내렸다.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홍 위원장이 직접 전화를 건다는 얘기를 듣고 부랴부랴 그의 전화번호를 찾아 저장했다”며 “휴대전화에 모르는 전화번호가 뜨면 가슴이 철렁했다”고 말했다. 한 비례대표 의원도 “마음이 너무 복잡해 선거 현장에서 인사도 제대로 못했다”고 털어놨다.
테러방지법 처리 논의를 위한 의원총회에서도 일부 의원들이 서로 통보 여부를 물어보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가 포착됐다. 의원회관에서는 과거 윤리심판원으로부터 징계를 받았거나 제소된 인사들, 각종 언행으로 물의를 빚었던 인사들의 명단이 돌기도 했다.
당 일각에서는 컷오프 과정에서 지난해 말 벌어졌던 탈당 사태에 버금가는 현역 의원 이탈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민의당도 불합리한 이유로 더민주에서 공천 배제를 당한 인사 영입 가능성을 열어놨다.
임성수 최승욱 기자 joylss@kmib.co.kr
더민주 ‘공천 태풍’ 1차에 16명 날아간다
입력 2016-02-24 04: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