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초된 ‘용산 개발’ 거액 비자금 정황

입력 2016-02-24 01:04 수정 2016-02-24 04:00

30조원대 규모의 초대형 사업으로 추진되다 2013년 좌초된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 비리에 대해 검찰이 강제수사에 돌입했다. 검찰은 이 사업의 하청업체에서 거액의 비자금이 조성된 정황을 잡았다. 허준영(64) 전 코레일 사장을 겨냥한 수사로 보인다. 이틀 앞으로 다가온 한국자유총연맹 중앙회장 선거에 ‘검찰 변수’가 등장한 것이다. 회장 재선을 노리는 허 전 사장은 “보이지 않는 손이 장난을 치고 있다”며 반발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심우정)는 폐기물 처리 업체 W사 대표 손모씨의 서울 여의도 사무실, 용산과 대구의 자택 등 3곳을 압수수색했다. 손씨는 허 전 사장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검찰은 개발 실무회사인 용산역세권개발(AMC)에도 수사팀을 보내 관련 자료를 넘겨받았다. 경찰청장을 지낸 허 전 사장은 이명박정부 때인 2009년 3월 코레일 사장으로 발탁돼 총선 출마를 위해 사임한 2011년 12월까지 용산 개발을 주도했다.

검찰은 이 사업 폐기물 처리 하청을 수주했던 W사에서 빠져나간 뭉칫돈의 행방을 집중 추적 중이다. 현금으로 인출돼 사라진 금액만 10억원이 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W사는 2011년 7월 부지정화 사업을 맡은 삼성물산으로부터 127억원 규모의 용산 철도차량기지 철거 공사를 수의계약으로 따냈다. 그런데 2005년 설립된 W사는 이 용역 수주 전까지 매출이 거의 없는 적자 기업이었다. 이후에도 별다른 실적이 없다가 현재는 사실상 폐업 상태다. 삼성물산 역시 W사와의 계약을 꺼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손씨와 허 전 사장의 관계, 계약 과정에서 허 전 사장의 역할 등을 주목하는 이유다.

검찰은 허 전 사장에 대한 고발 사건을 조사하던 중 손씨의 비자금 조성 단서를 추가 포착했다. 보수단체 회원 2명은 지난해 12월 용산 개발과 관련해 허 전 사장 등을 배임과 뇌물수수 혐의로 고발했다.

허 전 사장 측은 압수수색 시기와 의도를 의심한다. 그는 지난해 2월 보궐선거로 자유총연맹 회장에 당선됐으며, 25일 치러질 차기 회장 선거에도 출마했다. 친박 인사인 김경재 전 청와대 홍보특보와 경쟁하고 있다.

허 전 사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선거판을 뒤엎으려는 보이지 않는 손의 작품”이라며 “선거를 이틀 앞두고 있지도 않았던 사실을 (언론에) 나오게 하는 것 자체가 마타도어(흑색선전)”라고 주장했다. 그는 손씨와의 관계에 대해 “얼굴은 알지만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른다”고 답했고, 비자금 연루 의혹에는 “나에 대한 모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용산개발 사업은 코레일이 보유한 용산 철도정비창과 서부이촌동 일대 56만여㎡를 개발하는 사업비 31조원 규모의 초대형 프로젝트였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와 내부 갈등, 자금난 등이 겹치면서 2013년 4월 무산됐다.

지호일 이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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