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궈훙 주한 중국대사의 경고 “사드 배치 땐 韓·中 관계 순식간 파괴”

입력 2016-02-23 21:30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왼쪽)가 23일 국회 당대표실을 찾아온 추궈훙 주한 중국대사를 만나 대화하고 있다.연합뉴스

추궈훙(邱國洪) 주한 중국대사가 미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가 한·중 관계를 순식간에 파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른 냉전적 대결과 군비경쟁으로 한반도 긴장이 촉발되면서 한국의 안전을 위협할 것이라는 ‘조언’도 함께 건넸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일개 외국 대사가 정부여당도 아닌, 야당 대표를 찾아가 위협성 발언을 하고, 언론 브리핑까지 요구한 것 자체가 무례한 외교 결례라는 비판이 나온다.

추 대사는 23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를 예방하고 “중국이 사드 배치에 대해 많은 걱정을 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김성수 더민주 대변인이 밝혔다.

추 대사가 밝힌 사드 배치 반대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미국에 대한 불신 탓에 사드 배치가 자국의 안보이익을 크게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다. 그는 “한국이 레이더 탐지거리를 좁히고 성능도 낮추겠다고 하지만 이는 미국이 모든 권한을 갖고 있는 일”이라며 “중국은 한국 측 약속은 믿을 수 있지만 미국을 믿을 수 있을지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사드가 배치될 경우 한·중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많은 노력이 순식간에 파괴되고 회복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드 배치에 따른 냉전적 대결 구도의 부활도 반대 이유로 꼽았다. 그는 “사드 배치는 지역의 전략적 균형을 깨뜨릴 것이다. 군비경쟁으로 인해 긴장이 고조되는 악순환이 닥칠 경우 과연 한국의 안전이 보장되는지 고민해 달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사드 배치 협의가 국제사회의 일치된 대북 제재 노력에도 균열을 가져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추 대사는 “이 문제가 없었다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은 벌써 채택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르면 이번 주 유엔 안보리 결의안이 예정된 상황에서 중국의 이 같은 입장 발표는 다소 이례적이다. 그동안 안보리 결의안이 늦어진 데는 중국의 비협조가 가장 큰 이유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이 대북 제재 결의에 동의한 대신 사드 배치 반대 여론 환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외교가에선 추 대사가 주재국의 정치적 이슈를 전혀 고려치 않고 위협적 언사를 동원해가며 ‘협박’하고 이에 대한 언론 브리핑까지 요구한 것은 경솔한 행동이란 비판이 나온다. 추 대사는 2014년에도 국회에서 열린 한 간담회에 참석해 “사드 배치는 한·중 관계에 나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비판했다가 주권 침해 논란이 제기됐다. 강준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