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구, 사라지거나 통합되거나 농어촌 지역 의원들 불만 폭발… 선거구 획정 합의 후폭풍

입력 2016-02-23 22:03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왼쪽)와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가 23일 오전 정의화 국회의장을 만난 뒤 의장실을 나서고 있다. 두 사람 표정이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여야 대표는 정 의장의 주선으로 열린 회동에서 20대 총선 선거구획정안 처리에 전격 합의했다. 이동희 기자

여야가 23일 선거구 획정 기준에 합의하자 하루아침에 지역구가 사라지거나 다른 지역구와 합쳐지게 된 농어촌 의원들은 망연자실했다. 분구 지역 출마를 준비하던 수도권 예비후보들은 예상대로 의석수가 늘어나자 “늦었지만 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반발이 가장 큰 곳은 지역구 한 곳이 감소하게 된 강원도 현역 의원들이다. ‘매머드’ 지역구(철원·화천·인제·양구·고성) 탄생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춘천 강릉 원주를 제외한 이 지역 모든 선거구가 ‘조정 영향권’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어느 지역구를 쪼개고 합칠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인근 지역 동료 의원들과 피 말리는 싸움을 벌이게 된 의원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은 지역구(홍천·횡성)가 공중분해될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이번 획정 기준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황 의원은 “농어촌 지역 의석수 감소를 최소화하겠다는 여야 합의가 지켜지지 않은 것”이라며 “인구를 기준으로만 선거구를 획정하겠다는 것은 농어촌의 목소리를 전혀 반영하지 않겠다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의석이 각각 2개 줄게 된 영호남 지역 의원들도 거세게 반발했다. 새누리당 장윤석 의원(경북 영주)은 “지역별 형평성에 맞지 않는 횡포다. 매우 유감스럽다”고 했다. 영주는 문경·예천과 합쳐질 가능성이 높다. 같은 당 이한성 의원과 혈투를 벌여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전남에서 1석이 줄면서 장흥·강진·영암은 좌우로 쪼개진다. 국민의당 황주홍 의원(장흥·강진·영암)은 더불어민주당 이윤석 의원(무안·신안)이나 국민의당 김승남 의원(고흥·보성)과의 생존 경쟁을 벌이게 될 가능성이 높다. 황 의원은 “당황스럽다”면서도 “선거구가 새로 만들어지면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했다.

인구 상한을 초과해 분리 가능성이 높은 순천·곡성의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은 끝내 지역구 분할을 막지 못하면 순천으로 출마할 것으로 알려졌다. 곡성을 떼어 광양·구례(더민주 우윤근)와 합치는 지역구를 선택할 경우 불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의원의 고향인 곡성 인구는 3만여명에 불과해 이곳에서 몰표를 받더라도 당락을 좌우하기는 어려운 현실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분구 지역 출마를 노리던 경기도 지역 예비후보들은 한숨 돌리게 됐다. 경기도는 현행 52석에서 60석으로 8석 증가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새로 생기는 용인정 출마를 준비하던 한 예비후보는 “분구를 예상하긴 했지만 획정 기준이 빨리 마련되지 않아 가슴을 졸였다”고 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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