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 악재가 겹치면서 외환시장에서 환율이 요동치고 있다. 외국인 자금유출 우려가 커지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에도 부담이 될 전망이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3원 하락한 달러당 1231.1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당초 원·달러 환율은 국제유가 상승으로 투자심리가 개선되면서 전날보다 9.4원 떨어진 1225.0원으로 개장했다. 하지만 초반 흐름은 이어지지 못했고, 장중 환율이 계속 상승하며 낙폭을 줄였다. LG경제연구원 이창선 수석연구위원은 “중국 변수나 엔화 환율 등 금융 불안이 커지면서 대외변수 변동성이 커진 데다 북한 리스크도 겹쳐 역외시장에서 원화 약세 심리가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외환시장의 변동성이다. 설 연휴 이후 하루에도 10원이 넘게 오르내리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 19일 외환 당국이 구두개입에 나서면서 다소 안정을 찾은 모습이다. 하지만 당국의 미세조정은 속도를 조절하는 것일 뿐 큰 흐름을 바꾸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특히 최근 외국인들이 주식시장만 아니라 채권시장에서도 자금을 회수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원화 약세에 따른 외국인 자금 유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불안한 환율 움직임은 한은의 통화정책에도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다. 지난 16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인하를 주장하는 소수의견이 제시되면서 다음 달 금통위에서 금리가 내려갈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상황이다. 하지만 환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갈 경우 한은은 자금 유출을 우려해 금리 인하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금통위 후 기자간담회에서 “대외여건이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금리 인하로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환율 변동성이 한은의 기준금리 결정에 제약 요인이 될 것”이라며 “글로벌 금융시장이 안정되고 외국인 이탈 자금이 둔화되는 모습을 보여야 통화 당국도 자본유출 우려 없이 금리를 얘기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살얼음판 환율… 한은 금리 행보 ‘발목’
입력 2016-02-24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