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막장 드라마’ 막 내릴까

입력 2016-02-24 04:04

드라마 시청률 33∼34%. 매체가 다양해지면서 근래 시청률 30%를 넘는 것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하지만 49회까지 이어져오면서 거의 매회 시청률 30%를 넘는 드라마가 있다. MBC ‘내 딸 금사월’(왼쪽 사진)이다. 개연성 없는 전개, 허술한 극적 장치, 불륜과 패륜, 지나친 간접광고, 난무하는 사기·배신·막말 등 막장 종합선물세트 같은 드라마다.

공공성에 높은 가치를 둬야 할 MBC가 ‘막장 드라마의 늪’에 빠진 지는 오래다. 2013년 ‘백년의 유산’, 2014년 ‘왔다! 장보리’와 ‘전설의 마녀’, 지난해 9월부터 이어져 온 ‘내 딸 금사월’이 최근 MBC 막장 드라마의 계보다. 모두 30%가 넘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후 MBC 드라마를 말하면서 ‘막장’을 빼고 이야기할 수 없게 됐다. 방송가 안팎에서는 “MBC의 지나친 성과주의가 드라마 발전을 막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적은 제작비를 들여 높은 시청률을 낸 만큼 ‘성공작’이라고 볼 수도 있다. MBC 내부적으로는 “막장 드라마가 아니다”는 항변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평가를 오로지 시청률로만 재단할 수는 없는 일이다. 시청자들 사이에는 “MBC 막장 드라마 이제 그만 보고 싶다”는 비판도 적잖다.

MBC는 2014년 방송된 일일 드라마 ‘압구정 백야’의 막장 스토리를 놓고 방송통신위원회와 소송까지 벌였다. 지난달 나온 1심 결과는 MBC의 패소였다. 서울행정법원은 MBC가 방통위의 징계를 취소해 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하며 이렇게 이유를 밝혔다. “방송사는 가족시청 시간대에 가족 구성원의 정서에 적합한 내용을 방송해야 한다. ‘압구정 백야’는 청소년의 건전한 인격 형성에 저해될 수 있어 징계는 정당하다.”

‘내 딸 금사월’만 있는 게 아니다. 월화드라마 ‘화려한 유혹’(오른쪽)도 막장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절제된 연출 덕에 아슬아슬하게 경계를 오가고 있으나 막장의 주요 코드인 불륜, 납치, 감금, 살인, 배신이 끊임없이 나온다. 지나치게 자극적인 소재들이 쏟아지지만 시청자들에게 그 이유를 충분히 설득시키지는 못하고 있다.

‘내 딸 금사월’은 종영까지 2회를 앞두고 있다. ‘화려한 유혹’은 다음달 종영 예정이다. 일단 상반기 예정된 드라마 중에 막장 코드가 강한 드라마는 없어 보인다. 박성수 MBC 드라마국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다양한 작품을 만들고 있는데 막장에만 관심을 두는 것 같아 안타깝다. 다양한 시청 연령층을 고려한 드라마들을 선보이는 게 MBC 드라마”라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