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익명의 인스타그램 계정이 올리가르히(러시아의 신흥 재벌) 자녀들의 호화로운 생활을 공개해 온라인에서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계정 운영자는 ‘미니가르히’(올리가르히의 자녀)들이 자신의 사진을 찍어 온라인에 게재한 것들을 모았다. 계정의 프로필에는 “이 인스타그램은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는 러시아 청년들의 모습을 기록하기 위한 것”이라고 쓰여 있다.
미니가르히들은 따뜻한 유럽의 휴양지에서 비키니를 입고 휴가를 즐기거나 람보르기니, 포르쉐 등 일반인들이 사기 힘든 슈퍼카 앞에서 ‘인증샷’을 찍었다. 많은 부유층의 자녀들은 비싼 개인용 비행기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찍은 셀피를 올려 호화 인맥을 자랑하는 사람도 있었다. 침대 위에 명품 쇼핑백들을 늘어놓고 사진을 찍는가 하면 현금다발을 손에 들고 거만한 표정을 짓는 모습도 있었다.
이 계정은 부를 과시하는 서방의 젊은이들 모습을 모은 ‘인스타그램의 부자 아이들’이란 인스타그램 계정에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계정 운영자는 “사회 불평등을 조롱하기 위해 계정을 만들었지만 돈 많고 잘생긴 러시아 상류사회의 아이들을 미워하진 않는다”는 말도 남겼다.
서방의 경제 제재와 유가 하락 등으로 경제난이 지속되고 있는 러시아는 최근 항공사 아에로플로트, 석유기업 로스네프트 등 국영기업 7곳의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실업률과 물가상승률을 합산해 산출하는 ‘경제고통지수(Misery Index)’에서 러시아의 이달 경제고통지수가 19%로 2년 전인 2014년 2월 11.7%보다 급등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국민들의 삶은 점점 불행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데일리메일은 “이 계정에 올라온 사진들은 경제난을 겪고 있는 러시아의 혹독한 현실과는 전혀 상관없는 듯 보였다”고 전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우린 경제난 몰라”… 러 ‘미니가르히(신흥재벌 자녀)’ 호화생활
입력 2016-02-23 2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