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선거구 협상이 마침내 타결됐다. 4·13 총선을 불과 50일 앞두고서다. 비록 국회 본회의 처리라는 마지막 관문을 남겨두긴 했지만 두 달 가까이 이어져온 선거구 공백사태가 해소됨으로써 연기설마저 제기됐던 20대 총선의 불확실성이 제거됐다. 그렇다고 당리당략을 앞세워 불법·무법 상황을 방치한 여야의 책임이 면탈되는 것은 아니다. 여야는 본회의 처리에 앞서 대국민 사과는 물론 재발 방지책을 내놔야 마땅하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가 23일 합의한 선거구획정안은 기존에 알려진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의원정수를 19대 국회와 마찬가지로 300석으로 하되, 지역구를 현행 246석에서 253석으로 7석 늘리고 비례대표를 54석에서 47석으로 줄이는 게 골자다. 소선거구제 하에서 사표로 인한 민의 왜곡을 상당 부분 보완하는 비례대표 의석수를 줄이는 게 과연 바람직한 방향인지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지역주의 해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됐던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석패율제 도입이 무산된 것도 아쉽다. 충분한 논의를 거쳐 21대 총선에선 도입을 적극 검토해볼 만하다. 다양한 의견을 국정에 반영하기 위해서도 그렇다.
양당은 손해 보는 장사를 결코 하지 않았다. 새누리당과 더민주는 자신들의 텃밭인 경북과 호남에서 각각 두 석씩 줄여 절묘하게 균형을 맞췄다. 이해가 일치하는 부분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손발이 척척 맞는 정치권이다. 인구 증감을 반영해 수도권 선거구를 대폭 늘리고 농어촌 선거구를 줄인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표의 등가성이 지역 대표성에 우선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 취지에도 부합한다. 일부 정략적 의도가 보이긴 하지만 합의안은 대체적으로 원칙에 충실한 것으로 평가된다.
통폐합 대상 지역 현역 의원들은 “지방의 목소리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역 대표성을 명분으로 기득권을 지키려는 마지막 저항이다. 대통령이 그렇듯이 국회는 국가기관이지 지역을 대표하는 기관이 아니다. 편의상 지역별로 의원을 뽑을 뿐이다. 지역 이익은 광역단체인 도와 기초단체인 시·군을 통해 얼마든지 구현할 수 있다. 물론 지역 대표성은 존중돼야 하나 그것이 국회의원 선출의 우선 기준이 되어서는 전체 민의가 왜곡될 우려가 상당히 크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지역을 넣거나 빼고, 경계를 결정하는 구체적인 선거구 획정은 이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 몫이다. 이 과정에서 각 정당과 이해당사자의 민원이 봇물을 이룰 것이다. 원칙에 어긋나는 어떤 행위도 용납해선 안 된다. 매번 반복되는 벼랑끝 선거구 협상, 정치권이 제 역할을 못 하니 선거 때마다 대규모 물갈이론이 확산되는 것이다.
[사설] 제도개선 손 못댄 채 떼밀려 타결한 선거구 협상
입력 2016-02-23 17: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