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자가 평가를 했다고 징역형 선고 믿을 수 없는 일” 이덕일씨 유죄판결에 원로학자들 반박 회견

입력 2016-02-23 20:07

역사학자 이덕일(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소장·사진)씨가 저서에서 명예훼손을 했다는 이유로 유죄 판결을 받은 데 항의하는 원로학자들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종찬 전 국가정보원장, 허성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 박정신 전 오클라호마대 종신교수 등은 23일 오전 서울 중구 뉴국제호텔에서 ‘역사학자 이덕일 유죄 판결에 대한 반박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과 법원은 김현구씨 저서의 표면적 기술만 받아들여 그 이면을 비평한 이덕일 소장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면서 “역사학자가 역사가의 주요한 임무인 평가를 했다고 징역형을 선고받은 믿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고 비판했다.

지난 5일 서울 서부지방법원은 이씨가 ‘우리 안의 식민사관’이란 책에서 김현구 고려대 명예교수가 쓴 ‘임나일본부설은 허구인가’를 식민사관이라고 비판한 것은 김 교수에 대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며 이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날 성명서는 ‘학문의 자유와 나라의 정체성을 지키는 학계 원로 모임’ 명의로 발표됐으며 김명호(성공회대 교수) 라종일(가천대 석좌교수) 김태동(성균관대 명예교수) 이장희(외국어대 명예교수) 이정우(경북대 명예교수) 등 46명의 원로학자들이 서명했다.

이씨는 ‘우리 안의 식민사관’에서 김 명예교수가 ‘임나일본부설은 허구인가’라는 책을 통해 “임나일본부설은 사실이다” “백제는 야마토 조정의 속국·식민지이고, 야마토 조정이 백제를 통해 한반도 남부를 통치했다”고 주장하고, “‘일본서기’를 사실로 믿고 대표적 식민사학자인 스에마쓰 야스카즈의 임나일본부설을 비판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 명예교수가 이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고, 검찰과 법원은 “김 명예교수의 책에는 이씨의 기술과 같은 내용이 들어 있지 않다. 야마토정권의 식민지라고 주장한 바도 없고, ‘일본서기’를 사실로 믿지 않았으며, 임나일본부설을 비판했다”고 판결했다. 이씨 측은 즉각 항소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