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반도에서는 두 개의 ‘장난질’이 한창이다. 북한의 불장난과 남한의 말장난이다. 어린아이들이 ‘장난질’을 하면 귀엽고 예쁘게 봐준다. 그러나 국가 단위인 남한과 북한이 각각 말장난과 불장난하고 있는 건 목불인견(目不忍見)이다.
일찍이 함석헌 선생은 ‘고난의 여왕’ 같은 우리 역사를 돌이키며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고 했다. 우리 민족은 우수하다. 그러나 생각은 그리 깊지 않은 것 같다. 고난에 대한 이해도 깊지 않은 듯하다. 말 그대로 장난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장난의 종착점은 어디일까. 파멸일지도 모른다.
북한의 불장난은 핵·미사일 장난이다. 그 장난을 통해 한반도를 넘어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 북한 정권은 무도한 집단이어서 언제, 어떤 도발을 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개혁·개방은커녕 폐쇄국가로 일관하면서 3대 세습체제 유지를 위해 안간힘을 쓸 뿐이다. 우리로서는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그럼에도 남한은 북한의 불장난을 우습게 여기고 있는 것 같다. 북핵 불감증도 있지만 말장난에 익숙해진 습성 때문이 아닐까 싶다. 말장난의 주체는 정치인, 언론, 지식인, 수많은 익명 인터넷 중독자들이다. 특히 정치인들의 말장난은 너무 심하다. 늘 국민을 앞세워 대의정치, 헌법, 민주주의를 말하나 행동은 전혀 딴판이다. 이기적이고 정파적이다. 정치불신이 가중되는 까닭이다. 일부 언론은 좀 튀는 이들의 말을 이상한 방법으로 뒤틀어 전달하곤 한다. 또 예능 수준의 말장난에 뛰어난 나름 유명인사들도 넘쳐난다. ‘아니면 말고’ 식이기에 자신의 말에 책임질 일도 없고, 사실관계 확인도 없기에 진실은커녕 영구미제로 남는 경우도 자주 볼 수 있다. 말장난은 침묵의 다수를 불편하게 한다.
말장난과 불장난 모두 위험하기 이를 데 없다. 어느 편이 더 위험할까? 물론 불장난이 더 위험하다. 불장난은 한반도를 태워버릴 수 있어서다.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앗아갈 수 있어서다. 반면 말장난은 우리의 고귀한 영혼에 상처를 입히는 위험을 안고 있다. 남북한에서 벌어지고 있는 두 장난으로 한반도가 요동치는 건 불행한 일이다. 공포를 확산시키고 있는 두 장난질을 멈춰야 한다.
최상준 한세대 교수
[기고-최상준] 북한의 불장난, 남한의 말장난
입력 2016-02-23 17: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