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스 101’ ‘K팝 스타5’ 아이돌 양성 경쟁 프로그램 방송사 상술인가 꿈 이룰 기회인가

입력 2016-02-24 04:03
101명의 연습생 중 10개월 동안 활동할 걸그룹 멤버 11명을 뽑는 엠넷 ‘프로듀스 101’이 상술 논란에 빠졌다. 사진은 교복과 같은 옷을 입고 삼각형 모양으로 늘어선 101명의 출연자 모습(위 사진). 아래는 SBS ‘K팝 스타5’의 3개 기획사 안테나·YG·JYP엔터테인먼트 대표가 뽑은 캐스팅 카드. 엠넷, SBS 제공

“아시아 대표 걸그룹을 만들어주겠습니다.”

최근 10대들에게 가장 핫한 방송 엠넷 ‘프로듀스 101’이 내건 기치다. 101명의 연습생 가운데 11명을 뽑아 10개월 동안 활동하는 걸그룹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 걸그룹이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50여개 기획사 101명의 연습생이 참가해 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10대들의 장래희망 상위권에서 빠지지 않는 게 ‘연예인’이다. 수많은 아이들이 아이돌 가수가 되기를 꿈꾸며 초등학교를 졸업하기 전부터 기획사에 들어가 연습생이 된다. K팝과 한류 열풍으로 아이돌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연예 기획사도 우후죽순 늘고 있다.

방송도 한 몫을 거든다. ‘슈퍼스타K’ ‘위대한 탄생’ 등 가수로 만들어주는 오디션 프로그램은 ‘아이돌 만들기’로 세분화됐다. 대형 기획사 대표가 소속 가수를 뽑는 SBS ‘K팝스타5’와 ‘프로듀스 101’의 인기는 대단하다. 그런데 이 방송들에는 늘 논란이 뒤따른다. ‘아이돌을 만들어주는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이 참가자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일까, 아니면 아이돌을 꿈꾸는 아이들을 이용한 방송사와 기획사의 상술에 불과한가.’

◇사람은 없고 경쟁만 남다=‘프로듀스 101’은 10대 초반에서 20대 후반까지 여자 연습생들만 출연한다.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10년 동안 연습생 생활을 해 온 이들이 ‘11명의 프로젝트 걸그룹’에 들기 위해 악전고투를 벌인다. 11명은 시청자들의 온라인 투표로 결정된다.

방송이 이들을 경쟁으로 내모는 방식은 지나치게 가혹하다. 춤·노래 실력에 따라 A∼F 등급을 매긴다. 등급별로 입는 옷도 다르다. 보이지 않는 계급도 존재한다. 출연 연습생의 소속 기획사가 어디냐에 따라 경쟁에 참가하는 101명이 스스로 계급을 매기게 된다.

실제로 JYP, 스타쉽, 젤리피시 등 이름 있는 기획사 소속 연습생들은 방송에 자주 얼굴을 비친다. 대형 기획사의 연습생이 등장하면 중소 기획사 연습생들은 주눅 든 모습으로 이들을 부러워하고, 시기하고, 불안해한다.

인맥도 중요하다. 한 표라도 더 얻으려면 한 번이라도 더 카메라를 받는 게 유리하다. 시아준수의 사촌동생, 김수현의 이복동생 등 스타와의 인맥이 공개되면 카메라는 그 앞에 오래 머문다. 실력 못잖게 ‘스펙’이 중요하다.

그래서인지 방송을 보고 나면 누군가의 이름보다 방송의 자극적인 측면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시청자들도 “공정한 경쟁이 처음부터 불가능하다” “악마의 편집으로 불이익을 보는 사람이 반드시 나온다”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자극적인 장치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101명의 연습생은 방송을 위한 희생양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남는 건 프로그램 이름과 기획사의 명성?=K팝스타는 5시즌 째 이어져오고 있다. 지난해 슈퍼스타K7이 고전을 면치 못했고, 위대한 탄생은 진즉에 폐지됐다. 단물 빠진 오디션 프로그램 가운데 K팝스타만큼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톱3에 들면 대형 아이돌 기획사로 취업이 보장된다는 게 가장 큰 볼거리다. 누가 행운의 주인공이 될지 궁금한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배출해낸 K팝스타 출신 가수를 보면 성적은 그다지 좋지 못하다. 작사·작곡·노래가 모두 가능한 ‘악동뮤지션’만이 빠르게 데뷔해 계속 음반을 내고 있다. 대부분은 싱글 앨범을 몇 장 내거나, 또 다른 경쟁 끝에 아이돌 멤버가 되거나, 본격 데뷔를 기다리고 있다.

프로듀스 101에는 50여개 기획사 소속 연습생이 나온다. 연습생들의 출연료는 ‘0원’이다. 최근 공개된 이들의 계약서를 보면 방송사(엠넷)는 ‘갑’, 기획사는 ‘을’, 연습생은 ‘병’으로 표현됐다. 엠넷 측은 “서바이벌 프로그램 출연자는 원래 출연료가 없다. 이들의 최종 목표는 1등 상금이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연습생이 데뷔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지만 실제 그 기회를 잡는 사람은 11명뿐이다. 하지만 참여 기획사들 모두 회사를 홍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생긴 셈이다. 연습생 이름은 일일이 기억 못해도 기획사는 ‘프로듀스 101에 나왔던 회사’라는 수식어를 챙길 수 있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10∼20대를 무한 경쟁에 몰아넣고 이들의 성패에 즐거워하는 모습이 바람직한가 싶다. 경쟁을 부추기는 방송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