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0? 4대 1? 잠들기 前 가상대국 두고 있다”… 이세돌, 인공지능 ‘알파고’와 대결 앞두고 승리 자신

입력 2016-02-22 21:21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이 22일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기자회견에서 화상으로 연결된 영국 런던의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와 손을 맞대고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이 9단은 세계적으로 관심을 끌고 있는 구글 딥마인드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바둑 대결에 대해 “나를 이기기엔 무리”라며 승리를 자신했다. 100만 달러의 상금이 걸린 이번 대국은 다음 달 9일부터 5차례 열린다. 서영희 기자

“박빙의 승부는 아닐 것이다. (5번 대국 중) 5대 0이냐, 4대 1이냐가 될 것이다.”

‘인간과 컴퓨터의 세기적 대결’로 벌써부터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33) 9단과 구글 딥마인드 인공지능(AI) ‘알파고(AlphaGo)’와의 경기 방식이 22일 결정됐다. 대회에 앞서 이날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에 참석한 이 9단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인공지능의 위협에도 여유가 넘쳤다. 이 9단은 “알파고와 대국 결정에 5분도 안 걸렸다. 그만큼 궁금했다. 이번 대국을 위해 특별하게 준비하는 것은 없지만 잠들기 전 1∼2시간 동안 가상으로 대국을 준비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알파고는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이다. 고급 트리 검색과 심층 신경망을 결합한 것으로, 기존 인공지능과는 다른 접근 방식의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말 유럽 바둑 챔피언이자 중국 프로기사 판후이 2단을 상대로 한 5번의 대국에서 모두 승리를 거두며 유명세를 탔다. 그동안 인공지능이 넘지 못할 거대한 벽으로 여겨온 바둑이 처음으로 무너진 것이다.

그러나 이 9단은 “4개월 전 판후이 2단을 꺾을 때만 해도 알파고는 나와 실력을 논할 수준은 아니었다. 그동안 업그레이드했다 해도 나를 이기기엔 무리라고 본다”고 밝혔다. 이어 “알파고의 실력 향상 속도를 감안하면 향후 1∼2년 안에는 승부를 장담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지금은 아니다”라고 승리를 장담했다.

기자회견은 서울과 런던을 화상으로 연결해 이원으로 진행됐다.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는 “바둑은 우주에 있는 원자의 수보다 많다고 얘기할 정도로 경우의 수가 많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이번 대국이 인공지능 연구에 있어 하나의 궁극적인 도전이 될 거라 본다”며 “전설이라 할 수 있는 이세돌 9단과의 대결을 펼치게 돼 영광”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알파고가 나타나기 전엔 이런 도전이 가능하기까지 10년이 걸릴 것으로 봤다. 그러나 데이터를 주입하는 방식이 아닌 인공지능 스스로 학습을 통해 데이터를 쌓으면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100만 달러(고정 환율로 11억원)의 상금이 걸린 이번 대국은 다음 달 9일부터 시작되며 11, 14일을 제외한 15일까지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5차례에 걸쳐 열린다. 제한시간은 각각 2시간이며 이후 1분 초읽기 3회가 주어진다. 이번 대국은 백을 잡은 기사에게 덤 7.5집을 주는 중국 바둑 규칙에 따라 진행된다. 알파고 리드 프로그래머이자 아마추어 바둑 6단인 아자 황이 이 9단과 마주 앉고 알파고의 ‘손’과 ‘눈’ 역할을 한다. 그는 모니터를 보며 알파고가 원하는 자리에 바둑돌을 대신 놓고 이 9단이 놓는 수를 컴퓨터에 입력해 알파고에게 알린다.

데미스 CEO는 “이번 대국은 대국을 통해 습득한 기법을 실제 문제 해결에 적용하기 위한 것이다. 앞으로 전 세계 과학자들의 어렵고 시급한 난제를 위한 분석에 쓰이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