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막후 실력자로 불렸던 임경묵(71)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이사장이 구속 기소됐다. 국세청 간부를 동원해 건설업자를 압박, 수억원을 뜯어낸 혐의다. 18년 전 ‘북풍(北風) 공작 사건’으로 구속된 전력이 있으면서도 다시 권력을 악용하다 법정에 서게 됐다.
1997년 대선 당시 국가안전기획부 102실장(대공정보 담당)이던 임씨는 여당의 이회창 후보를 돕기 위한 북풍 공작에 가담했다. 98년 5월 구속돼 이듬해 4월 징역형이 확정됐다. 이후 2003년 이상득 전 의원이 고문으로 참여한 ‘극동포럼’을 창설해 초대 회장을 맡았다. 2007년 대선 때는 이명박 후보 당선을 도왔다.
임씨는 이명박정부 출범 직후 국정원의 싱크탱크 격인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이사장에 발탁돼 5년간 재임했다. 정치공작으로 퇴출됐던 인사가 10년 만에 국가 정보기관의 숨은 실력자로 복귀한 것이다. 2013년 조현오 전 경찰청장의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의 진원지로 지목돼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검사 최성환)가 지난 19일 특가법상 알선수재와 공갈 혐의로 그를 구속 기소한 사건도 안보전략연구소 이사장 시절의 범행이다. 임씨는 T건설 측에 경기도 고양시의 땅 272㎡를 4억7560만원에 팔기로 하고 계약금 10%를 받았지만 잔금 처리가 늦어지자 박동열 전 대전지방국세청장을 통해 압력을 행사했다. T건설 대표는 2010년 3월과 5월 잇따라 국세청 세무조사가 들어오자 결국 잔금 4억2800만원에다 세무조사 무마 청탁비 2억원을 더해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임씨가 방어막으로 세운 변호인단의 면면은 화려하다. 전직 검사장 등 14명(검사 출신 9명)의 변호사를 선임했다. 법무법인 율촌에서는 설립자 우창록 대표변호사를 비롯해 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자 파문 때 검찰을 떠난 박은재 변호사,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지낸 최동렬 변호사 등 8명이 합류했다. 국민의당에 1호 인재로 영입됐다가 ‘스폰서 검사’ 의혹 전력 논란으로 취소된 한승철 전 대검 감찰부장, 저축은행합동수사단 단장을 지낸 최운식 변호사 등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 4명도 이름을 올렸다. 최근 퇴임한 변찬우 전 대검 강력부장도 변호인 선임계를 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세무조사 개입 의혹’ 임경묵씨 구속기소… 매머드급 초호화 변호인단 ‘눈길’
입력 2016-02-22 2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