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주관 교복구매제’ 시행 2년… 업계 “출혈 경쟁” 울상, 학부모 “품질 엉망” 불만

입력 2016-02-22 22:05
“원가로 후려치지 않으면 입찰에 나서지도 못해요.” 경기도 양주에서 소규모 교복점을 운영하는 최모(67)씨의 수익은 지난해부터 반 토막이 났다. 올해 간신히 4개 학교 입찰에서 교복 납품권을 따냈는데도 적자를 면하기 힘들다고 했다.

교복값 ‘거품’을 빼려고 지난해 시작한 ‘학교주관 교복구매제’가 부작용을 낳고 있다. 이 제도는 전국 국·공립학교가 공개입찰로 업체를 선정해 교복을 일괄 공급받도록 했다. 학부모 교복심사위원회의 1단계 질적 평가를 통과한 업체들이 2단계 최저가 입찰에 참여한다.

하지만 학부모와 업계 양쪽에서 불만이 나온다. 가격경쟁에서 대형업체에 밀리는 중소업체는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원가도 안 되는 가격에 공급하다 보니 ‘재고떨이’ ‘라벨갈이’(재고품에 라벨만 바꾸는 것)로 ‘비지떡 교복’이 속출한다. 학부모들은 품질이 떨어진다고 아우성이다.

시장은 이미 엉망진창이 됐다. 최씨는 “디자인과 품질이 같아도 ‘메이커’에 밀려 1단계 문턱을 못 넘는 중소업체가 많다”고 했다. 2단계에선 교육부 제시 가격의 50∼70%를 부르는 ‘덤핑경쟁’이 펼쳐진다. 본사 자금력이 뒷받침되는 브랜드업체가 유리할 수밖에 없다. 입찰에 떨어진 업체가 더 싼 값에 개별판매를 한다고 홍보해 학생을 유인하는 경우도 있다.

영세업자들은 줄도산 위기에 놓였다. 경기 구리에서 소형 교복점을 운영하는 이모(71)씨는 “원가를 겨우 맞춰 4곳에서 낙찰 받았는데 절반만 팔렸다. 남은 물건을 전부 재고로 떠안아 피해가 크다”고 했다. 업자들은 “개별 판매에 법적 대응하겠다던 교육부가 아무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대형업체 대리점주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구리에서 대리점을 운영하는 이모(64)씨는 올해도 적자를 각오하고 6개 학교 입찰을 따냈다. 이씨는 “출고가 이하로 입찰하면 본사가 5∼20% 결제를 유예해준다. 결국 빚이지만 그렇게라도 납품해야 살아남는다”고 했다. 일부 대리점주는 교육부 장관 등을 상대로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로 한 상태다.

피해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고스란히 넘어간다. 경기 시흥의 A고교 교복구매위원 김모(44·여)씨는 딸의 동계 교복을 낙찰된 대형업체에서 13만3000원에 샀다. 상한가 20만4316원보다 훨씬 쌌다. 그런데 박음질이 삐뚤빼뚤 엉망인 ‘라벨갈이’ 재킷이 왔다.

전체 신입생이 낙찰 업체 교복을 산다는 보장이 없다 보니 업체들은 재고를 만들지 않으려고 치수 확인이 마무리되는 2월 중순에야 본격 제작을 한다. 시간이 촉박해 꼼꼼한 작업을 기대하기 어렵다.

여기에다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되면서 비상등이 켜졌다. 전체 학교의 15.9%(679곳)에 납품하는 엘리트베이직이 개성공단 생산품을 빼오지 못했다. 계약한 학교의 20∼30%가 아직 교복을 받지 못했다.

김선희 좋은학교바른교육학부모회장은 22일 “지금 방식으론 품질이 저하되고 중소업체가 도산하면 일부 대형업체만 살아남게 된다. 그럼 다시 비싼 교복을 사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상준 교복협회장은 “상·하한가를 함께 설정하고, 계약한 분량은 꼭 구매토록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