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중 경위, 할머니와 지내는 어린 3남매 한 식구처럼 보살펴… 탈선·결손 학생 돌보는 경관들

입력 2016-02-22 21:23

삼남매는 할머니와 살고 있었다. 아빠는 스스로 목숨을 끊고 엄마는 집을 나가버렸다. 동네 아이들은 그런 말을 대체 어디서 배웠는지 이들 삼남매를 ‘고아’라며 놀렸다. 삼남매는 1살, 4살, 11살이었다. 막내야 세상모른다 치더라도 첫째, 둘째는 그 어린 나이에 부모 없는 설움을 죗값인 양 치러야 했다. 이 외롭고 서러운 시기에 손을 내밀어준 한 경찰관이 아니었다면 삼남매는 세상을 원망하며 살아갔을지 모른다.

대전 중부경찰서 김성중 경위는 삼남매 사정을 전해듣고 후견인 역할을 자처했다. 그가 둘째 생일에 케이크를 사들고 집으로 찾아갔을 때 삼남매의 할머니는 “어려운 형편 때문에 남들처럼 공부시키지 못하는 게 한”이라고 말했다. 김 경위는 할 수 있는 일을 찾다 장학단체에 삼남매 사연을 소개했다. 세 차례 190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었다. 그는 삼남매가 청소년 스키캠프에도 참가할 수 있도록 주선하고 사비로 매달 5만원씩 용돈도 건넸다.

김 경위의 아내와 아이들도 삼남매를 가족처럼 대했다. 미용사 자격증이 있는 아내는 삼남매 머리를 직접 깎아주고 담근 김장김치를 나눠줬다. 이 부부의 아이들은 삼남매를 집으로 불러 함께 저녁밥을 먹고 어울려 놀았다.

김 경위는 학교전담경찰관(SPO) 업무를 하면서 삼남매를 알게 됐지만 모든 SPO가 김 경위처럼 아이들을 돕는 건 아니다. 이들의 주 업무는 학교폭력 예방이다. 김 경위는 “어린 학생들을 상대하는 일이 성인을 상대할 때보다 고될 때도 많지만 ‘아저씨처럼 남을 도와주는 경찰관이 되고 싶다’는 말을 들을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경북 포항남부경찰서 SPO 박태근 경위는 관내 중학교에 재학 중이던 상습 가출 학생이 부모의 갈등과 무관심으로 정서적 불안감을 느낀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학생과 자주 인사를 나누고 매주 두세 차례 직접 만났다. 그때마다 안아주며 아이가 스스로 소중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닫도록 했다고 한다. 학생은 더 이상 가출과 결석을 하지 않았고, 자신이 원하는 학교에 진학한 사실을 박 경위에게 가장 먼저 알렸다.

박 경위는 “범죄 소년을 처벌하는 것뿐 아니라 잘못된 길로 빠지지 않도록 인도하는 것이 경찰의 본분이라고 생각한다”며 “저를 거쳐 간 청소년들이 진학이나 취업 후 감사 인사를 해올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22일 경찰청은 두 경찰관을 포함한 SPO 5명을 2015년 하반기 ‘베스트 학교전담 경찰관’으로 선정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