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랭크 윌리엄 스코필드(한국명 석호필·1889∼1970) 박사가 한국에 온 지 100년을 맞아 그의 뜻과 정신을 널리 알리기 위한 ‘스코필드박사내한100주년기념사업회(의장 정운찬)’가 22일 발족했다. 스코필드 박사는 1919년 3·1독립운동과 화성 제암리 학살 현장을 해외에 알리는 등 독립운동에 기여한 공로로 ‘34번째 민족대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념사업회는 발족식에 앞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발족 취지와 주요 사업 등을 소개했다. 정운찬 전 국무총리는 13세 때부터 장학금을 지원하며 ‘평생 배워야 할 것을 가르쳐 준’ 스코필드 박사와의 인연으로 의장을 맡았다. 그는 “스코필드 박사는 늘 정직하라고 가르쳤고, ‘약자에겐 비둘기 같은 자애로움으로, 강자에게는 호랑이 같은 엄격함으로’ 대하라며 정의로운 사람이 될 것을 강조하셨다”고 회고했다. 그는 “1916년 세브란스의전 교수로 이 땅에 발을 디딘 스코필드 박사님은 선교와 강의를 통해 사랑과 나눔을 설파했고, 동시에 일본의 만행을 전 세계에 알려 독립의 견인차 역할을 하셨다”며 “그의 삶과 가르침을 세상에 널리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기념사업회는 이날 스코필드 박사가 일제 강점기 억압받던 한국인의 실상을 국제사회에 알리기 위해 기록했던 원본 자료 일부를 확보, 처음으로 공개했다.
대표적인 자료는 ‘꺼지지 않는 불꽃’ 제15장 전문 22매다. 스코필드 박사가 당시 모진 고문과 핍박 속에서도 민족의식을 잃지 않고 격렬하게 저항하는 한국인들의 모습이야말로 꺼지지 않는 불꽃이라고 보고 작성한 것이다. 타자기로 기록한 전체 298매의 원고에는 3·1운동 당시 시위 행렬의 모습, 일본 경찰에 고문당했던 한국인을 치료한 이야기 등이 담겼다. 그러나 그동안 원본은 물론 사본까지 유실된 상태였다.
기념사업회는 스코필드 박사가 영국의 아동문학출판가 아서 헨리 미에게 출간을 당부하며 보낸 친필 편지 등도 공개했다. 이들 사료는 아모레퍼시픽의 후원에 힘입어 영국 수집가로부터 사들인 것으로, 기념사업회는 앞으로 ‘꺼지지 않는 불꽃’의 원본 전체를 확보하기 위해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기념사업회는 국가보훈처가 스코필드 박사 내한 100주년을 기념해 다음 달 ‘이달의 독립운동가’로 선정한 것에 발맞춰 독후감 공모전을 개최한다.
영국 출신의 캐나다인 선교사이자 수의사였던 스코필드 박사는 3·1운동 당시 일제의 잔혹상을 전 세계에 알리다 1920년 강제 추방당했다. 68년 대한민국 건국공로훈장을 수여받은 그는 “죽거든 한국 땅에 묻어 달라”는 유언을 남겼고, 외국인으로서는 유일하게 국립현충원에 안장됐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일제만행 세계에 알린 자료 ‘꺼지지 않는 불꽃’ 첫 공개… 스코필드 박사 내한 100주년 기념사업회 발족
입력 2016-02-22 2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