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 오바마” “볼드모트” 네거티브 격화… 美 공화당 치열한 2등 다툼

입력 2016-02-23 04:00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2위 싸움이 치열한 가운데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이 21일(현지시간) 이틀 뒤 코커스(전당대회)가 열리는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유세를 벌이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이 전날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열린 예비선거 때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화답하는 모습. 아래는 크루즈 의원 측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루비오 의원이 악수하는 것처럼 사진을 편집해 논란이 된 포스터. AFP로이터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의 3차 관문인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예비선거) 이후 2위 싸움이 치열해진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과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 간 ‘네거티브(흠집 내기) 선거전’이 격화되고 있다. 특히 참신해 보였던 같은 당 후보들끼리 흠집 내기에 혈안이 된 모습에 현지 언론들도 의아해하는 분위기다.

2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크루즈 의원 측이 방영하기 시작한 ‘공화당의 오바마’ TV 광고에 루비오 후보 쪽이 발끈하고 나섰다. 이 광고는 불법이민자에 대한 관대한 정책을 발표하는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과 이민자가 많은 플로리다주 상원의원인 루비오의 과거 발언을 차례로 보여준다. 친이민 정책을 촉구하는 둘의 발언은 단어와 문장 전체가 거의 판박이에 가깝다. 하지만 루비오 후보 측은 “선택적 편집으로 사실을 왜곡했다”고 반박했다.

크루즈 의원 쪽에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관련해 만든 포스터도 양측의 갈등을 키우고 있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이 포스터에서 크루즈 측은 루비오와 오바마 대통령이 악수하는 장면과 함께 ‘루비오와 오바마의 무역 협정’이라는 자막을 달아 루비오가 사실상 오바마와 TPP 추진을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루비오 측은 “조작된 악수 장면이며 주장도 근거 없다”면서 “심지어 사진 속 루비오의 목 아랫부분은 루비오가 아니라 다른 사람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런 반박에 크루즈 쪽은 다시 “포토샵(사진편집)이 마음에 안 들면 루비오 쪽에서 선호하는 오바마 대통령과의 악수 장면을 보내주면 대체해 주겠다”고 주장했다.

루비오 측은 크루즈에 대한 네거티브 대신 1등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에 열을 올리고 있다. 루비오 측은 최근 대선자금 모금 공고물에서 트럼프를 소설 ‘해리 포터’ 속 악당인 볼드모트에 비유했다고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전했다. 그러면서 루비오가 대선판의 해리 포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쟁 후보를 악당에 비유한 것도 문제지만, 볼드모트가 71세 때 10대 소년인 해리 포터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는 점에서 마치 최연소 후보인 루비오에 의해 69세인 트럼프가 비참한 최후를 맞을 것이란 내용이 암시돼 더욱 논란이 되고 있다.

2위 후보들의 추격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이날 CNN방송에 나와 “본선에서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맞붙을 것이며 우리 둘이 역사상 최고의 투표율을 기록할 것”이라고 경선 승리를 기정사실화했다. 이런 가운데 2012년 대선 당시 공화당 대선후보였던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조만간 루비오 의원을 지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미 연방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다음 달 1일 ‘슈퍼화요일’을 앞두고 대선자금을 가장 많이 쌓아둔 후보는 클린턴 전 장관(652억원)으로 기록됐다. 이어 같은 당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611억원), 공화당의 크루즈 의원(324억원), 루비오 의원(189억원), 트럼프 후보(161억원) 순이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