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등록금에 미국 대학생들이 독일로 몰리고 있다. 학생들은 미국에 비하면 공짜나 다름없는 비용으로 학위를 취득하고 이들이 졸업 후 정착하면서 독일은 고급 노동인력을 확보하는 ‘윈-윈’ 환경이 인기 비결로 꼽혔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20일(현지시간) “미국 대학의 학비가 1985년 이후 5배 넘게 급등하고 있는 데 비해 독일 대학은 외국인에게도 사실상 무상교육을 제공하고 있다”면서 독일로 향하는 미국인 유학생이 꾸준히 증가해 현재 1만명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독일 유학 열풍을 먼저 조망한 미 NBC뉴스는 독일의 학부에 재학하는 교환학생들이 대학에 지불하는 행정요금과 학생조합비, 교재, 대중교통요금을 합쳐 한 학기에 250달러(약 30만원)면 학비를 충당할 수 있다고 전했다. 또한 석사과정도 연간 7200달러(약 888만원)면 학위 취득이 가능해 대학에 수업료로만 2만∼3만 달러를 지불하는 미국과는 비교 불가능할 정도로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독일 학술교류처(DAAD)의 도로시아 뢸랜드 사무총장은 “독일 대학들의 평판은 꽤 좋은 편이고 영어로 진행하는 수업도 크게 증가해 미국 학생들이 쉽게 적응할 수 있다”며 단지 금전적 이유 때문만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수도 베를린과 독일 남부 바덴뷔르템베르크주 등의 대학이 가장 인기 있는 목적지로 꼽히며 다양한 분야에 걸쳐 1100개 이상의 영어 수업이 개설됐다고 뢸랜드 총장은 설명했다.
독일은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지출이 2015년 국내총생산(GDP)의 약 1%를 차지하며 공립 대학의 교육비용을 중앙정부와 주 정부가 제공한다. 또 2년제 석사 학위를 취득하는 데 드는 3만 달러의 학비 중 절반 정도만 학생이 부담하면 된다. 때문에 독일 납세자들은 공공교육에 대해 높은 세금 부담을 지고 있다.
하지만 유학생으로 독일을 찾은 고급 인력의 약 50%가 학위 취득 후 독일에 정착해 숙련된 노동력과 세금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독일 입장에서도 손해는 아니라는 평가다. 본 대학에서 석사과정 중인 미국인 유학생 사라 존슨(25)은 “독일에 오래 머물수록, 굳이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면서 많은 유학생이 독일을 매력적인 일터로 여기고 있다고 전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싸고 질 좋은 대학 찾아… 독일 가는 미국 학생들
입력 2016-02-22 2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