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안 가고 집·카페서도… 10분이면 계좌 개설 끝!

입력 2016-02-23 04:00
삼성증권 직원들이 22일 서울 중구 본사에서 비대면 계좌개설을 하기 위해 신분증을 촬영하고 있다. 삼성증권 제공
직장인에겐 금융회사를 가는 것도 일이다. 하루 중 짬을 낼 수 있는 시간은 점심시간뿐. 저금리로 주식 투자나 투자 상품에 눈을 돌려보고 싶지만 계좌 개설부터가 난관이다. 주변에서 증권사 지점은 쉽게 찾아보기가 힘들다. 은행에서도 만들 수 있지만 은행에 가려면 그날 점심은 포기해야 한다.

22일부터 이러한 걱정 없이 앉은 자리에서 언제든 증권 계좌를 만들 수 있게 됐다. 신한금융투자·한국투자·삼성·대우·키움증권 등이 이날 동시에 비대면 계좌개설 서비스를 시작했다. 회사마다 조금씩 방식은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기존 금융계좌에서 소액을 이체해 본인인증을 하거나 영상통화로 직원이 얼굴을 확인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실제 한 곳의 서비스를 활용해 계좌를 만들어봤다. 우선 계좌 개설에 필요한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고 만들고 싶은 계좌 종류를 선택한다. 이어 이름, 주민등록번호 등 기본 정보를 입력하면 실명인증단계로 넘어간다. 타 금융기관 본인계좌로 실명확인을 하는 방식과 영상통화로 실명을 확인하는 방식 중 후자를 택했다.

다음에 개인정보 수집동의 등 지점에서 읽고 서명을 해야 했던 항목들을 체크한 뒤 다음 단계로 이동할 수 있었다.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사진을 찍어 올리면 주민번호 뒷자리가 가려진 채 사진이 올라가고 신분증 진위 여부를 파악하고 있다는 안내 메시지가 뜬 뒤 직원에게서 확인전화가 걸려왔다. 영상통화를 통해 직원이 이름과 생년월일 등을 묻고, 카메라로 직전에 올렸던 신분증을 재확인했다. 신분확인을 마친 뒤 계좌개설이 완료되었으니 아이디 등록 후 사용하라는 메시지가 왔다. 모든 과정을 거치는 데 1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이미 개설한 다른 금융기관 계좌에서 이체를 해 본인을 인증하는 방식도 비슷한 과정을 거친다. 금융사로부터 입금계좌 문자메시지가 오면 본인 계좌에서 그쪽으로 입금하면 된다. 영상통화를 통한 계좌개설은 직원이 근무하는 평일 오전 9시에서 오후 5시 사이에만 가능하지만, 계좌이체를 통한 방식은 24시간 가능하다.

당초 다음달 선보일 예정이었던 증권사 비대면 계좌 개설 서비스는 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비대면 가입이 가능해지면서 도입이 앞당겨졌다. 많은 지점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영업이 가능한 은행과 경쟁을 해야 하는 증권사들은 서둘러 이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다음달 초까지 총 14개사가 해당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출시와 함께 고객 유치를 위해 거래수수료 면제 등의 혜택까지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비대면 계좌 개설의 실효성에 대해선 부정적 목소리도 나온다. 자본시장연구원 이성복 연구위원은 “앞서 은행이 비대면 계좌 개설을 시작했지만 가입자 수가 많지 않고 장벽 또한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비밀번호를 잘못 입력해 오류가 나면 은행을 방문해야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계좌 개설만 방문 없이 할 수 있을 뿐 다른 업무를 보기 위해선 여전히 지점에 가야만 한다. 이 연구위원은 “사실 실명확인 절차 역시 지점 방문 단계만 빠졌을 뿐 외국에 비해 까다롭다”며 “실명확인 기준을 낮추고 계좌 개설 외 다른 업무까지도 지점 방문 없이 이뤄져야 비대면 계좌 개설이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