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만여명의 전화번호, 직업, 차종 등 개인정보가 담긴 ‘리스트’를 갖고 서울 강남을 무대로 활동한 인터넷채팅 성매매 조직의 ‘총책’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일꾼’(채팅으로 성매수 남성 유인) ‘오더장’(일꾼 모집·관리) ‘운짱’(운전요원) ‘여자박스장’(성매매 여성 관리) 등으로 역할을 나눠 치밀한 분업 구조로 움직였다. 총책을 검거하면서 다른 조직원이나 성매수 남성에 대한 수사도 탄력을 받게 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성매매 조직을 운영하며 성매매를 알선해 온 혐의(성매매 알선 등)로 김모(36)씨 등 2명을 체포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22일 밝혔다. 김씨는 2014년 2월부터 올해 1월까지 5000회 이상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들이 관리한 공책 8권 분량의 성매매 장부를 토대로 김씨 등 55명을 입건했다. 입건자는 김씨를 포함한 조직 총책 5명, 일꾼 32명, 성매매 여성 18명이다. 이들은 김씨의 조직이었으나 지난해 김씨의 부하 등이 나눠 맡으면서 6개 조직으로 분화됐다.
이들은 철저한 ‘점조직’과 ‘분업구조’라는 특징을 갖고 있었다. 총책은 아래에 오더장을 여럿 뒀고, 오더장은 일꾼이라 부르는 채팅요원을 고용해 관리했다. 일꾼들은 인터넷·모바일 메신저에서 활동하며 성매수 남성을 유인했다.
성매수 남성을 찾으면 운전요원인 운짱이 성매매 여성을 특정 장소로 데려갔다. 운짱은 화대를 총책에게 전달하는 일도 했다. 일꾼들은 운짱과 성매매 여성이 알려주는 고객의 특징, 대화 내용, 직업 등을 받아 적고 리스트를 만드는 역할도 맡았다. 성매매 여성들은 여자박스장이라 불리는 여성의 관리를 받았다. 여자박스장은 성매매 여성을 총책에게 공급했다.
경찰 수사는 여론기획업체 ‘라이언 앤 폭스’가 지난달 “성매매 조직이 작성한 고객명부”라며 6만여명의 명단을 공개한 뒤 시작됐다. 리스트에는 전화번호와 함께 변호사 의사 등 직업, 차종, 만난 장소 등이 적혀 있어 공무원이나 전문직 종사자가 상당수 성매매를 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경찰은 명부 작성자 A씨(36)의 증언과 A씨가 작성한 성매매 수기장부를 바탕으로 이들 조직의 전모를 파악했다. 추가로 16만여명의 리스트가 공개됐지만 채팅 과정에서 작성된 것이어서 신빙성이 낮다고 경찰은 본다.
경찰은 일꾼과 성매매 여성 등 50명을 추가 조사할 계획이다. 다른 업주 2명도 쫓고 있다. 성매수 남성은 강하게 의심되는 3, 4명부터 조사할 방침이다. 이들은 평범한 직업을 갖고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홍석호 기자 will@kmib.co.kr
인터넷 성매매 조직 치밀한 ‘분업’… 남성 유인 채팅 일꾼, 요원 모집 오더장, 여성 관리 박스장
입력 2016-02-23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