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22일 0시부터 내부순환로 정릉천 고가 양방향 차로(성산 방향 기준, 성동분기점∼길음램프 7.5㎞)를 긴급 폐쇄했다. 해당 구간 한 지점에서 상부 구조물을 지탱하는 대형 케이블 20개 중 1개가 절단되고 일부 부식된 것에 대해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시설안전공단이 긴급 조치가 필요하다는 통보를 했기 때문이다. 폐쇄 기간은 약 한 달이며 완전 복구에는 3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공단의 긴급조치 필요성 통보와 전문가들 자문 결과를 받은 20일 밤 11시40분 이후 즉시 폐쇄를 결정했다. 서울시가 시민들의 안전을 최우선시해 신속하게 폐쇄 조치를 한 것은 잘한 일이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만 공직이나 우리 사회에 만연돼 있던 안전 불감증을 감안한다면 평가할 만하다. 안전에 관한 한 1%의 가능성일지라도 발생하면 100%와 같은 것이다. 그렇지 않고 여론 눈치만 본다든가, 일부 시민들의 불만을 염두에 두고 미적거리며 결정을 미루는 것은 책임을 회피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흔히 관료사회는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또는 잘못돼서 나중에 문책 받을까봐 결정을 뒤로 미루고 회의체에 떠넘기며 여론청취 절차가 필요하다는 식으로 빠져나가곤 한다. 마치 여론에다 대고 ‘할까요 말까요’ 하고 묻는 것과 같다. 이런 게 무책임한 처사다.
서울시가 해빙기 구조물 점검 중 문제점을 발견한 뒤 신속히 국토부 산하 기관에 긴급 점검을 요청했고, 긴급조치 권고를 존중해 바로 폐쇄한 것은 관계기관끼리의 협조가 잘된 사례다. 박원순 시장도 “한국시설안전공단, 국민안전처, 서울경찰청의 협조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번에 폐쇄된 구간은 1990년대에 만들어진 것이다. 서울에는 훨씬 이전에 설치된 건물·고가도로·지하공동구(共同溝) 같은 대형 구조물이 많다. 특히 지하에 통신케이블, 상하수도관 등 각종 관로(管路)가 함께 설치된 지하공동구(여의도 목동 가락동 등 6개 지역에 총 32.8㎞)는 1978년부터 만들어졌다. 1999년이나 2000년에도 큰 사고가 났던 낡은 지하시설물에 대한 지속적이고 세심한 안전 진단이 필요하다. 안전 진단에는 관료적인 접근, 정치적 유불리에 따른 시각 등은 철저히 배제돼야 한다. 오직 전문가들의 진단과 판단만 있어야 한다. 시민들의 생명과 안전에 관계된 일이기 때문이다.
성숙한 시민의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해당 구간을 이용하는 시민들은 월요일 새벽부터 갑작스러운 폐쇄에 상당한 불편을 겪었을 것이고, 당분간 그럴 것이다. 짜증은 나겠지만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안전 사항에 대해서는 모두가 조금씩 양보해야 한다. 개인의 불편보다는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우선하는 시민의식이 이 사회를 성숙하게 만든다.
[사설] 서울 내부순환로 부분 폐쇄… 신속 대응 돋보인다
입력 2016-02-22 1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