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에게 편지를 쓰면 어디로 배달이 될까. 그 답을 보여주는 영화 ‘레터스 투 갓(Letters To God·하나님에게 보낸 편지)’이 25일 개봉된다. 영화는 미국에서 하나님에게 편지를 썼던 소아암 환아 타일러 도우티(1995∼2005)의 생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한국교회에도 하나님에게 편지를 쓴 어린이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다. 전 세계적으로 하나님을 수신자로 한 편지 배달이 실제로 매년 이뤄지고 있다.
암투병하고 있는 8살 소년 타일러는 항암치료로 음식을 토하고 학교도 제대로 가지 못한다. 타일러는 하나님에게 편지를 자주 쓴다. ‘하나님 저는 왜 이렇게 아픈 건가요?’ ‘엄마가 활짝 웃는 모습을 보고 싶어요.’ 타일러의 편지를 수거하는 집배원 브래디. 그는 알코올 중독으로 아내로부터 이혼을 당한 뒤 아들의 양육권마저 빼앗길 위기에 놓여 있다.
브래디는 타일러의 편지를 교회로 가져간다. 목사는 “하나님이 당신에게 편지를 맡긴 뜻이 있을 것”이라며 브래디에게 편지를 되돌려준다. 브래디는 타일러의 축구 상대가 돼주고, 타일러로부터 고통을 이겨내는 법을 배운다. 타일러의 편지는 ‘기적’을 만들어 간다. 타일러의 가족이 변화하고, 이웃이 변화하고, 친구들이 변한다. 지난해 설립된 CBS시네마가 두 번째로 개봉하는 작품이다.
안덕원 횃불트리니티신대 교수는 23일 “기도는 주님의 나라가 이 땅에 임하도록 하는 청원이자 소통”이라며 “하나님에게 편지를 쓰는 것은 기도의 한 유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기도는 중보의 성격이 있다. 편지 작성을 통해 하나님뿐만 아니라 그 편지를 읽는 모든 이에게 자기의 기도를 나누게 된다. 레터스 투 갓의 집배원 브래디는 타일러의 편지를 가족과 이웃에게 나눠준다.
한국의 해남우체국에도 ‘브래디’가 있었던 모양이다. 한 소년이 전남 해남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성적은 우수했지만 집안 형편 때문에 중학교에 진학할 수가 없었다. 3살 때부터 어머니를 따라 교회에 다녔던 소년은 하나님에게 “공부를 하게 해주세요”라고 40일 동안 기도를 했다. 기도 후 하나님에게 편지를 썼다. ‘야간학교라도 다니고 싶습니다’라는 내용이었다. 편지 겉봉 수신자란에는 ‘하나님 전상서’라고 썼다. 어린 소년의 눈물 어린 편지를 본 집배원은 편지를 ‘수취인 불명’으로 처리하지 않았다. 해남읍교회 이준묵 목사는 이 교회 교인이었던 우체국장을 통해 이 편지를 보게 됐다. 해남읍교회는 소년에게 장학금을 주기로 했다. 소년은 중학교에 무사히 진학했고, 스위스 바젤대에서 박사학위까지 받았다. 그가 한신대 총장을 지낸 오영석(73) 명예교수다.
오 전 총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고 이준묵 목사님이 편지를 읽고 도와주셨다. 평생 참 감사한 일”이라고 또렷한 목소리로 회고했다. 그는 레터스 투 갓의 내용에 대해 “하나님은 성경에서 ‘구하라 그러면 너희에게 주실 것’(마 7:7)이라고 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하나님에게 간절히 기도하면 이뤄진다는 믿음이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이런 믿음으로 편지를 쓰는 이들이 있다. 이스라엘 중앙우체국에는 매년 1000통이 넘는 ‘하나님 전상서’가 도착한다. 발신자는 이스라엘 내국인부터 러시아 미국 프랑스 호주 멕시코 등 세계 각국 사람들이다. 내용은 복을 비는 것부터 가족 간 화목, 세계 평화까지 다양하다. 겉봉투에 적힌 주소는 하나님(God), 예수(Jesus), 천국(Heaven) 등이다. 배달지 국명도, 도시명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편지들은 국제우편으로 이스라엘에 도착한다. 이스라엘 당국은 이 편지들을 예루살렘으로 보낸다. 예루살렘우체국은 이 편지를 모았다가 유월절에 ‘통곡의 벽(Wailing Wall·이스라엘 예루살렘 서쪽 성벽)’에 배달한다. 3000여년 전 유대 솔로몬왕이 지은 신전 바로 앞이다. 지상에서 하나님과 가장 가까운 곳으로 보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레터스 투 갓 상영 후 어린이들이 하나님에게 수천 통의 편지를 써 미 전역에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간절한 소망이 있다면 레터스 투 갓을 본 뒤 타일러처럼 하나님에게 편지를 써보자.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하나님에게 편지를 보낸다면… CBS시네마 2월 25일 개봉하는 ‘레터스 투 갓’에서 해답 찾아본다
입력 2016-02-23 20:17 수정 2016-02-24 09: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