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월 전 홀로그램 시위를 본란에 소개한 적이 있다. 지난해 4월 스페인이 공공건물 주변 시위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키자 시민단체가 이를 규탄하기 위해 의회 앞에서 세계 최초로 홀로그램으로 만든 가상의 시위를 벌였다는 내용이다. 민노총 위원장의 조계사 피신 후 평화시위냐 폭력시위냐의 갈림길에 섰던 제2차 민중총궐기 대회를 앞두고 시민과 공존하는 방식의 시위가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다뤘다(2015년 12월 5일자 ‘홀로그램 시위는 어떤가’).
이에 호응하듯 우리나라에서도 홀로그램 시위가 열린다니 일단 반갑다. 세계에서 두 번째다. 주최 측은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시간과 장소는 24일 저녁 8시30분 서울 광화문광장이다. 한국 정부가 시위를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하고 있어 박근혜 대통령 취임 3주년을 하루 앞두고 집회·시위의 자유를 요구하기 위해서란다. 앞서 앰네스티는 청와대 근처 집회를 신고했으나 경찰이 ‘교통 방해’를 이유로 금지했다. 이번 광장 사용은 서울시로부터 허가받았다. ‘집회’가 아닌 ‘문화제’로 신청했기 때문이다. 취지야 어떻든 충돌보다는 평화의 길을 택했으니 다행이다.
홀로그램 시위 촬영은 지난 12∼13일 한 스튜디오에서 이뤄졌다.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한 시민 120여명이 참여했다. 시민 발언과 함께 피켓을 들고 행진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 영상은 광화문광장에서 가로 10m, 세로 3m의 특수스크린에 등장한다. 10분 분량으로 3번 상영된다는데 효과와 반응이 자못 궁금해진다.
그런데 경찰은 ‘신종 행사’도 문제 삼을 수 있단다. 영상 내용을 구체적으로 분석해 실정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구호 제창을 통해 집단 의사를 표현하면 문화제가 아닌 집회·시위에 해당하므로 제재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꼬투리를 잡는 격이다. 진짜 사람이 모이지 않은 홀로그램 시위가 처벌된다면 세계의 웃음거리가 될 뿐이다. 선진국 기법이니 스페인 경찰에 조언을 구하는 건 어떤가.
박정태 논설위원 jtpark@kmib.co.kr
[한마당-박정태] 광화문 ‘홀로그램 집회’
입력 2016-02-22 17: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