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 배치를 미국과 협의할 것이라고 밝힌 것은 지난 7일 오후였다.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지 6시간 만이었다. 이어 통일부는 10일 저녁 개성공단 폐쇄를 발표했다. 아마 2016년 2월 7일부터 10일은 동북아 역내의 안보 지형이 송두리째 흔들린 ‘운명의 사흘’로 기록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사드 배치와 개성공단 폐쇄는 ‘극단적(extreme)’ 조치라고 할 수 있다.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그 폐해도 막대하기 때문이다. 사드 배치는 한·중 관계의 근간을 파괴할 수 있는 폭발력을 안고 있다. 개성공단 폐쇄는 북한과 대화·협력을 전면 포기하는 것으로, 남북 간 군사충돌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류길재 전 통일부 장관도 최근 강연에서 이들을 극약처방이라고 했다.
모든 정책이 그렇지만 특히 외교·안보 사안은 사전에 ‘정책 효과’에 대한 치밀한 점검과 가늠이 중요하다. 아무리 명분이 훌륭해도 효과가 불분명하면 시행해서는 안 된다. 한 베테랑 외교관은 “효과를 확신할 수 없으면 시행을 연기하고 관망하는 게 맞다”고 한다. 그 이유는 대외 정책의 경우 잘못됐을 경우 국내 정책보다 회복이 어려운 데다 국익에 미치는 영향도 훨씬 심대하기 때문이다.
이는 논란이 일고 있는 사드 배치와 개성공단 폐쇄에 대한 평가가 결국 소기의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무리 위험이 크더라도 국가안보를 위해 필요하고, 목표를 성취할 수 있다고 확신하면 대통령은 결단해야 한다.
그러면 두 극단조치는 효과가 있는가. 시행 뒤 2주일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결과를 단정하긴 어렵다. 하지만 대강의 큰 흐름은 드러나고 있다.
우선, 사드 배치를 보자. 우리 정부가 사드 배치를 공식화한 주목적은 ‘결정적인’ 대북 제재를 중국에 압박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은 북한에 대한 식량과 원유 지원 중단 등 미국과 우리 정부가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중대 조치에는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다만 유엔 안보리 결의에 과거보다 강도 높은 제재를 담는 데는 찬성한다는 입장이다. 중국을 움직이는 데 실패했다고 봐야 한다.
오히려 중국이 사드 배치에 강력히 반발하면서 한·중 관계에 역풍이 현실화되고 있다. 미국이 아시아 중시 정책을 갈수록 강화하면서 중국은 자국 안보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상태다. 따라서 대부분 전문가들은 중국이 ‘완충지대’로서의 가치가 더욱 더 커진 북한의 붕괴를 방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사드의 북한 미사일 방어 효과에 대해서는 전문가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하지만 사드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장거리 미사일 요격용으로 한반도 전장 환경에 적합한지, 또한 현재도 개발 중인데 지금 배치를 결정할 필요가 있는지 등의 의문은 충분히 제기할 만하다.
개성공단 폐쇄 이후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재고하는 등의 움직임도 물론 없다. 북한의 대외 무역 규모는 70억∼80억 달러에 이른다. 이런 북한이 홍용표 통일부 장관의 말대로라도 700억∼800억원의 개성공단 유입자금이 없다고 해서 무기 개발을 중단할 것이라고 믿기 어렵다.
결국 ‘현재까지는’ 사드 배치와 개성공단 폐쇄 조치가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쪽으로 귀결되고 있다. 지정학적 이점을 이용해 중국도 움직일 수 있다는 우리의 전략 자산에 대한 과대평가와 관망하는 것도 정책이라는 금언을 잊은 조급함이 그 원인인 듯하다.
배병우 국제부 선임기자 bwbae@kmib.co.kr
[돋을새김-배병우] 두 대북 ‘극단조치’의 향방
입력 2016-02-22 1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