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에 의해 수백만 명이 살해된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 이곳을 소재로 한 영화는 ‘쉰들러 리스트’(1993)와 ‘인생은 아름다워’(1997)가 대표적이다. 두 영화는 비극 가운데서도 희망과 사랑의 빛을 발견한다는 점에서 잔잔한 감동을 자아냈다. 25일 개봉되는 ‘사울의 아들’은 또 다른 시각으로 홀로코스트의 참혹함을 다루고 있다.
영화는 수많은 사람이 무리를 지어 어디론가 가고 있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탈의실이다. 독일군은 이들에게 샤워를 하고 나면 좋은 음식을 주겠다고 한다. 남녀 구분 없이 샤워장에 들어가자마자 문이 닫힌다. 그리고 비명이 들려온다. 악명 높은 아우슈비츠 가스실이다. 그런 다음 시신을 처리하는 비밀작업반 ‘존더코만도’가 투입된다.
존더코만도의 일원인 사울(게자 뢰리히)은 여느 날처럼 작업하다가 아들의 주검을 발견한다. 눈물을 흘릴 순간조차 없지만 아들만큼은 제대로 장례를 치러주고 싶은 사울은 시신을 빼돌리고 기도를 해줄 랍비를 찾는다. 하지만 존더코만도들이 봉기를 일으키기로 하면서 일이 꼬인다. 아들 장례와 나치에 대한 봉기 사이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헝가리의 홀로코스트 피해자 집안 출신인 라즈로 네메스(39) 감독은 10년 전 존더코만도의 증언이 기록된 ‘잿더미로부터의 음성’이라는 책을 접하고선 영화화를 결심했다. “생생하고 정확하게 ‘죽음의 공장’이 어떻게 기능을 했는지 묘사한 대목에서 수용소의 현실을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의 장편 데뷔작으로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하고 아카데미 후보에도 올랐다.
아우슈비츠의 존더코만도는 1944년 봉기를 일으켰다. 여성 수감자들이 인근 공장에서 수개월간에 걸쳐 몰래 들여온 화약으로 화장터를 파괴했다. 영화는 존더코만도의 반란을 배경으로 아들의 장례를 치르려고 온갖 고초를 겪는 사울의 모습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학살의 잔혹함을 드러내놓고 보여주지는 않는다. 사울의 얼굴에 렌즈의 초점을 맞추고 시신은 뿌옇게 처리했다.
감독은 “그 누구도 영웅으로 그리지 않는 동시에 악행의 민낯을 재현하는 것을 피했다”고 설명했다. ‘카메라는 항상 사울을 따라다녀야 하며 그의 시야, 청각에서 벗어나지 말 것’이라는 규칙을 정해 촬영했다. 유대인들의 비명, 가스실을 솔로 닦는 소리, 독일군이 끊임없이 작업을 지시하는 소리 등은 음향으로 처리했다. 청소년 관람불가. 107분.이광형 문화전문기자
[영화-‘사울의 아들’] 아우슈비츠 시신 처리 비밀작업반 ‘존더코만도’ 반란 일으키는데…
입력 2016-02-24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