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열일곱 살의 순수했던 시절이 있을 것이다. 24일 개봉되는 ‘순정’(감독 이은희)은 돌아보면 아련하고 촌스럽기도 했던 학창시절의 꿈과 첫사랑을 그린 영화다. 순박한 시골 소년 범실이 역할을 실제로는 일곱 살 더 많은 엑소의 디오(본명 도경수·24)가 연기했다. ‘카트’(2014) 등에서 단역이나 조연으로 나오다가 주연을 맡기는 처음이다.
지난주 서울 종로구 삼청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영화 개봉을 앞두고 설레기도 하고 걱정도 돼 잠을 못 이루고 있다”고 털어놨다. 열일곱 ‘순정남’ 범실을 그럴듯하게 연기한 비결이 뭐냐고 물었다. “시나리오를 보는 순간 범실을 꼭 만나고 싶은 거예요. 나이에 맞게 순수함과 첫사랑, 우정을 표현하기 위해 제일 많은 노력을 했어요.”
영화는 라디오 생방송 도중 DJ 형준(박용우)에게 도착한 한 통의 편지로 시작된다. 사연을 보낸 이는 23년 전 가슴 한쪽에 묻어두었던 첫사랑의 이름 정수옥(김소현)이다. 형준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추억을 떠올린다. 1991년, 여름방학을 맞아 범실, 산돌(연준석), 개덕(이다윗), 길자(주다영)가 다리를 저는 수옥이 기다리는 고향 섬마을에 모인다. 오총사의 우정은 점차 사랑으로 번져간다.
‘지붕 없는 미술관’으로 불리며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전남 고흥에서 촬영했다. 도경수는 “3개월간 얼마나 즐겁고 행복하게 촬영했는지 평생 잊지 못할 작품”이라고 했다. “배우 5명이 처음에는 서먹서먹하고 친하지 못했어요. 물놀이도 하고 소풍도 가고 게임을 하면서 서로 마음을 열게 됐어요. 도시에서는 경험하지 못할 추억을 쌓은 거죠.”
극 중에서 도경수는 김소현을 좋아하지만 다소 무뚝뚝한 성격으로 말을 건네지 못한다. “저도 첫사랑을 해봤지만 감정을 전달하는 게 가장 어려운 거 같아요. 실제상황이라면 범실이처럼 행동하지는 않을 거예요. 조금은 당당하게 나서야죠.” 비 오는 날 우산을 쓰고 둘이 입을 맞추는 장면에 대해 그는 “우산에 가려져 그 장면이 안보여서 아쉽다”며 웃었다.
연기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 전라도 사투리로 대사를 한 것이었다고. “연습도 많이 하고 마을사람들의 말투를 따라하기도 했는데 완전히 같기는 어렵겠지요. 그래도 스태프들이 ‘제법이다’ ‘구수하다’고 칭찬하더라고요. 소현이는 노래를 부르는데 저는 노래하는 장면이 없어 처음엔 서운하기도 했어요. 나중에는 노래 안 하길 잘했다 싶더군요. 괜히 분위기 망칠 수도 있고요.”
23년 후의 범실을 연기한 박용우에 대해 경탄에 가까운 찬사를 보냈다. “선배님과 만나는 장면이 없기 때문에 촬영 때는 전혀 보지 못하고 시사회에서 처음 봤는데 깜짝 놀랐어요. 시간여행을 통해 저의 40대 모습이 도착해 있는 것 같았거든요. 선배님이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에서 감정이입이 돼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라고요. 한마디로 감동 그 자체였어요.”
영화는 가슴 벅찬 첫사랑의 설렘, 서툴고 부끄러울지언정 솔직한 마음을 고스란히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가장 빛나는 시절에 함께 했던 다섯 친구들의 우정을 통해 이런 감성을 더욱 풍부하게 한다. 도경수는 “90년대나 지금이나 우정과 첫사랑에 대한 감정은 똑 같은 것”이라며 “20대든 30대든 40대든 영화를 보시면서 추억을 되돌아보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노래와 연기를 병행하는 것이 즐겁다는 그는 “두 가지 다 쉬운 건 아닌데 나름대로 시너지를 얻고 있다”며 “부모님과 아이돌 동료들이 격려해줄 때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향후 계획은 “순하고 착한 배역을 뛰어넘어 악인 스릴러나 누아르 액션 같은 작품으로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싶다”고 밝혔다. 그의 또 다른 변신이 기대된다. 12세 관람가. 113분.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첫사랑, 감정 전달이 가장 어려웠어요”… 영화 ‘순정’서 첫 주연 도경수
입력 2016-02-24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