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집 장사 안된다는데 공정위 자료만 믿다간 낭패… 공정거래조정원 자료 혼란

입력 2016-02-22 04:17 수정 2016-02-22 17:11



경기 불황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업종은 치킨집 빵집 등 자영업이다. 지난해 문을 닫은 곳이 5년 만에 가장 많이 불어날 정도로 ‘무작정 창업’과 치열한 경쟁 끝에 남은 건 자영업의 몰락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산하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이 자영업자들의 창업을 돕기 위해 치킨 커피 편의점 피자 제과제빵 등 프랜차이즈 업종의 비교 안내 자료를 내기로 했다. 21일 첫 번째 사례로 전국 15개 치킨 브랜드의 가맹점 수, 연평균 매출액, 폐점률 등을 분석한 ‘프랜차이즈 비교 정보’ 자료를 발표했다. 자료에 따르면 연간 매출이 가장 많은 곳은 교촌치킨, 매장이 가장 많은 곳은 BBQ로 나타났다.

그러나 ‘생계형 영세 자영업’을 대표하는 치킨집을 준비하는 창업 준비자들에게 객관적 자료를 제공, 창업에 도움을 주겠다는 것이 조정원의 설명이지만 조정원에서 공개한 정보만 믿고 창업에 나섰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가맹점의 매출액 산정 기준이 제각각이어서 창업 준비자들의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교촌치킨, 매출액 1위 믿을 수 있을까=조정원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치킨 프랜차이즈 연평균 매출액은 교촌치킨이 4억1946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BBQ(3억5500만원), 호식이두마리치킨(3억2847만원), 맘스터치(2억7983만원), 굽네치킨(2억3532만원)이 뒤를 이었다. 연평균 매출액 하위권 브랜드는 멕시칸치킨(7961만원), 부어치킨(1억432만원), 훌랄라참숯바베큐(1억778만원)였다.

가맹점 점포 수는 BBQ가 1684개로 가장 많았다. 페리카나(1235개), 네네치킨(1128개), 교촌치킨(965개), 처갓집양념치킨(888개) 순이었다.

맘스터치는 가맹점 증가율이 높은 브랜드였다. 2014년 한 해 동안 매장이 44.8%(173개) 늘었다. 반면 폐점률이 가장 높은 곳은 부어치킨(13.4%)으로 한 해 동안 가맹점 16곳이 문을 닫았다.

하지만 조정원이 공개한 가맹점 매출액 산정에 기준이 없어 혼란을 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교촌치킨의 매출액이 연간 공급액에 평균 판매가를 곱한 것이라면 부어치킨은 물품 공급액의 두 배 값을 매출액으로 삼았다. 매장별 크기, 형태 등도 매출액 산정에 고려되지 않았다. 브랜드 사용료·광고 판촉비 등 영업 중 가맹본부에 내야 하는 비용 역시 빠져 있었다. 영업 개시 전 가맹본부에 내야 하는 가맹비, 교육비 등 가맹금도 브랜드에 따라 천차만별이었다. 가맹비가 많은 곳은 BBQ프리미엄 카페로 4570만원이었다. 인테리어와 설비, 집기 비용도 BBQ프리미엄 카페가 2억3600여만원으로 가장 비쌌다.

조정원도 “가맹점 매출액에는 매장 규모가 큰 영향을 미치고, 계약 조건도 업체마다 다르기 때문에 이 같은 수치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며 “창업을 준비하시는 분들이 이번 발표 자료를 바탕으로 철저한 조사를 통해 분석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영업 현실은 열악=통계청은 지난해 평균 자영업자 수가 556만3000명으로 지난 2014년 평균(565만2000명)에 비해 8만9000명(1.6%) 감소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자영업자 수는 1994년(537만6000명) 이후 21년 만에 가장 적고 지난해 감소폭은 11만8000명이 줄었던 2010년 이후 5년 만에 가장 컸다.

특히 치킨집 등 음식점의 창업과 폐업이 많았다. 베이비부머(1955∼1963년) 세대가 은퇴 후 기술이 없어도 쉽게 시작할 수 있는 프랜차이즈 치킨집, 커피숍, 숙박업 등에 뛰어들면서 포화 상태가 됐다. 통계청이 지난해 프랜차이즈 16개 업종을 분석한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치킨집은 2만2529곳(2013년 기준)으로 전 세계 맥도날드 지점을 합한 것보다 많았다.

유통 전문가들은 치킨 프랜차이즈가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며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프랜차이즈 본사들은 가맹점에 닭고기, 기름, 무 등을 납품하면서 원가에 50%가량의 마진을 붙이고 있다. 본사에서 받은 재료에 부재료, 포장, 배달, 임대료 등 부가 항목까지 빼면 남는 건 별로 없다고도 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