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전을 거듭하던 정규리그 1위 자리가 리그 마지막 날 결정됐다. 울산 모비스와 고양 오리온의 양강 체제에서 왕좌는 후반 막판 뒷심을 보여준 ‘돌풍의 핵’ 전주 KCC가 차지했다.
KCC는 21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안양 KGC와의 경기에서 86대 71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팀 최다인 12연승을 달린 KCC는 같은 시각 인천 전자랜드를 제압한 울산 모비스와 동률을 이뤘지만, 상대 전적에서 4승2패로 앞서며 정규리그 우승 트로피를 안았다. KCC 이름으로는 첫 영광이다. 전신이었던 대전 현대 시절을 포함하면 1999-2000 시즌 이후 16년 만이다.
사실 KCC는 시즌 초만 해도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이 목표였다. 지난 3시즌 동안 하위권을 맴돌았던 탓에 외부 시선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우승 후보로 모비스와 오리온만이 거론될 뿐이었다. 그러나 KCC에는 안드레 에밋이 있었다. KCC는 시즌을 앞두고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1라운드에서 단신 선수를 뽑는 모험을 단행했다. 이 선택은 결과적으로 ‘신의 한수’가 됐다. 에밋은 놀라운 득점력으로 리그 최고의 득점기계가 됐고 KCC는 ‘다크호스’로 급부상했다.
KCC는 에밋과 하승진의 공간 활용을 위해 트레이드 허버트 힐이 가세하면서 날개를 달았다. 시너지 효과를 내며 시즌 종반으로 갈수록 무서운 뒷심을 발휘했다. 힐 영입 전에는 16승12패를 했던 KCC는 힐 영입 후 20승6패의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팀 최초의 6라운드 전승 기록도 세웠다.
추승균 감독은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우승 기쁨을 표현했다. 그는 “매우 기쁘다. 힘든 여정 속에서도 선수들이 잘 따라와 줘서 고맙다”며 “이기는 경기를 할수록 승리 DNA가 쌓인다. 선수들이 이기는 것을 잊어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올 시즌 감독 대행 꼬리표를 뗀 ‘초보 감독’은 3년 연속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도 못했던 팀을 단숨에 정규리그 1위로 이끌며 지도력을 인정받게 됐다. 추 감독이 강조한 건 ‘수비’였다. 수비부터 다잡으며 팀을 빠르게 재정비했다. 그 결과 지난 시즌 경기당 평균 78.1점(리그 9위)을 실점하던 KCC는 쉽게 지지 않는 팀으로 성장했다. 올 시즌 77.5점의 실점으로 리그 3위로 올랐다. 추 감독의 현역시절 플레이 스타일이 자연스럽게 팀에 녹아 든 것이다.
선수 시절 1997년부터 15시즌 동안 KCC에서만 뛴 추 감독은 한 팀에서 선수와 감독으로 정규리그 1위에 오르는 첫 사례가 됐다. 최연소(42세) 정규리그 우승 감독에도 이름을 올린 그는 “어느 팀이 (플레이오프에) 올라올지는 모르겠지만 누가 올라와도 자신 있다. 잘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초보감독’ 추승균 일냈다… KCC, 창단 후 첫 정규리그 우승
입력 2016-02-21 2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