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사고 부상’ 아산 파출소의 그 이후… 경찰관 2명 빈자리, 휴일 반납 동료가 ‘땜질’

입력 2016-02-22 04:00

오후 1시30분. 순찰시간이 되자 파출소를 지키던 경찰 2명이 장비를 챙겨 문을 나섰다. 치안현장의 최전선인 파출소에는 소장 한 명만 덜렁 남아 있다. 급박한 상황이 벌어진다면, 다급한 112 신고가 들어온다면 이 파출소는 과연 신속히 대처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3명이 한 팀으로 구성된 충남 아산경찰서 둔포파출소의 지난 18일 상황은 이랬다.

둔포파출소 장모(44) 경사는 지난 14일 큰 부상을 입었다. 오후 9시10분쯤 도로 한복판에 트럭을 세우고 운전자가 잠들어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운전자 정모(54)씨를 깨워 차에서 내리게 했는데 정씨가 흉기를 휘둘렀다. 장 경사는 얼굴을 여러 차례 찔렸다. 권총을 꺼내 정씨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졌고 실탄이 발사됐다. 탄환은 장 경사의 손가락을 관통했다.

장 경사는 얼굴과 손가락 봉합수술을 위해 병가를 내고 입원했다. 언제 복귀할 수 있을지 단언하기 어렵다. 함께 출동했던 박모(27) 순경도 16일부터 사흘간 병가를 냈다. 3명이 편재된 둔포파출소 1팀 인력의 3분의 2가 한꺼번에 빠진 상황. 빈자리는 다른 팀 경찰관들이 비번인 날에 ‘자원근무’를 하는 임시방편으로 치안공백을 해결했다.

현장의 인력부족은 만성적이다. 그래서인지 둔포파출소와 아산경찰서 관계자들은 미봉책을 놓고 ‘해결됐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 관계자는 “근무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자원근무와 팀 간 인원조정으로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인력 충원 없이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다른 관계자는 “충원 문제를 경찰서 내부에서, 또 지방청과도 논의하고 있다”고 했지만 결국 파출소에 인력충원은 없었다.

이는 둔포파출소만의 문제가 아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3년 기준 112신고 접수자는 1911만5620명으로 전년(1177만1589만명) 대비 62%나 증가했다. 반면 신고를 받고 출동하는 지구대·파출소 경찰관은 4만4461명으로 전년(4만2661명)보다 4% 늘어나는 데 그쳤다.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부족한 인력 탓에 근무시간은 기형적이다. 3교대 순환근무를 하는 지구대·파출소 경찰관들은 3차례 주간근무 이후 야간근무와 비번을 번갈아 2차례 가진다. 노동 강도도 세다. 112신고 출동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정기적인 순찰과 방범활동, 주취자 보호나 민원과 같은 행정업무도 처리해야 한다.

서울의 한 지구대 경찰관은 “팀원이 5명인데 순찰 나가는 인원과 행정직원을 제외하면 2, 3명이 사건을 맡아야 한다”며 “근무시간에 보통 15건 정도 발생해 다 처리하기도 벅차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경찰조직의 구조를 지적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이번 정권 들어 경찰 인력을 확충하고 있지만, 범죄가 진화하고 치안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 비해서는 현장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장신중 경찰인권센터장은 “기형적인 경찰 조직의 구조부터 뜯어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른 국가들과 비교하면 우리 경찰은 상당히 큰 조직을 갖고 있다. 그런데 내근 인원이 너무 많고 현장 인원이 적다. 지금과 같이 파출소당 10명 남짓 근무하는 환경에서는 둔포파출소와 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직원들이 근무로 힘든 것은 물론이고 교육도 자유롭게 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아산=홍석호 기자 wi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