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가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광명성 4호’ 발사를 전후해 외교·안보 정책을 급선회하면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와 개성공단 전면 중단 카드를 잇달아 꺼내들면서 남은 임기 동안 남북은 물론 한·중 관계마저 위기에 직면할 것이란 어두운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들어 정부가 취한 북한 관련 조치들은 그동안 주변 정세 등을 고려해 결정을 꺼려왔던 사안이어서 충격파는 더욱 크다. 동아시아 패권을 놓고 미·중이 격돌하는 상황이라 한반도는 물론 글로벌 정세에 미치는 파장도 적지 않다. 한국이 ‘한·미·일 대 북·중·러’의 ‘신(新)냉전’ 구도를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가장 ‘뜨거운 감자’는 사드 한반도 배치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찬성론에 ‘한·중, 한·러 관계가 파탄을 맞을 것’이라는 반대론이 서로 팽팽히 맞서고 있다. 개성공단 전면 중단에 대해서도 “남북관계를 단절해 군사적 긴장을 폭발시키고 있다”는 비난 여론도 적지가 않다.
다만 향후 정세를 예단하긴 아직 이르다는 반론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러시아는 현재 시리아와 우크라이나 문제에 더 집중하고 있어 동북아 정세에 본격 개입하기 어렵다. 중국 또한 한·중 관계를 완전히 단절하는 ‘전략적 모험’을 하지 않을 게 틀림없다. 사드를 마지못해 용인하면서도 한·미·일 안보협력이 일정 수준 이상 진전되지 않도록 한·중 관계를 관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개성공단 전면 중단 또한 우리 정부로서는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다. 개성공단을 유지한 채 ‘강력한 대북 제재’를 주장한다면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발효된 미국의 대북제재법에는 북한과 합법적인 거래를 한 기업까지 제재할 수 있는 ‘세컨더리 보이콧’이 포함돼 있다. 발효 이후에도 개성공단이 존속했다면 입주기업들이 제재 리스트에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12·28 위안부 합의’에 대한 국민감정은 좋지 않지만 한·일 관계에서만큼은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북한의 전략적 도발 이후 독자적으로 고강도 대북 제재에 나서는 등 한·미 양국에 적극 보조를 맞추고 있다. 이를 계기로 군사정보 공유 등 한·미·일 안보협력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미국 주도의 대중(對中) 포위망을 경계하는 중국을 고려해 ‘속도 조절’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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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2-21 21:11